"이게 다 '메이드 인 코리아'"…보잉도 극찬한 '세계 최고 기술' [안대규의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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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아스트 공장서
전세계 항공기동체·화물기 핵심 부품 만들어
보잉·에어버스동체 국내 유일 최상위 협력사
중소형機 직접 설계·제작도
매출 2배↑, 수십년치 일감 확보
김희원 회장 "세계 최고 항공기동체 제조사될 것"
전세계 항공기동체·화물기 핵심 부품 만들어
보잉·에어버스동체 국내 유일 최상위 협력사
중소형機 직접 설계·제작도
매출 2배↑, 수십년치 일감 확보
김희원 회장 "세계 최고 항공기동체 제조사될 것"
보잉 737은 전세계에서 운항중인 민간 항공기 약 2만5000대 가운데 45%를 차지해 중단거리용으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항공기다. 이 항공기의 꼬리 부분인 '후방동체'는 놀랍게도 대부분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다. 국내 1위 항공기동체 제조업체인 아스트의 경남 사천공장에서 직접 만든 후방동체나 관련 핵심 부품들이 모두 미국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보잉737로 최종 조립되기 때문이다. 최근 여행 수요 증가로 수주 급증이 예상되는 아스트는 화물기 개조사업, 중소형 항공기 설계·제조사업으로 미래 성장동력도 확보하고 있다.
김희원 아스트 회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공산업은 단 한 번의 실수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과 품질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라며 "국내 승객들이 타는 대부분의 항공기엔 아스트의 제조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가 운행하는 항공기의 절반이상,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행하는 항공기의 대부분은 보잉737모델이다. 승객이 탔을 때, 기내 뒤쪽 화장실 이후 공간에 해당하는 둥그렇고 뾰족한 공간이 후방동체로 대부분 아스트 작품이다. 보잉 737은 전·후방 동체, 날개 등이 각기 다른 곳에 만들어져 미국 워싱턴주 보잉 에버릿 공장에서 조립된다. 기체의 스트링거(뼈대) 벌크헤드(칸막이구조물) 등 후방동체의 주요 부품들도 아스트가 만든다.
후방동체는 3개의 꼬리날개가 접합되는 부위인데다 동체를 흐르는 기체가 모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곡면 형상을 갖춰야 해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동체부위다. 동체는 알루미늄, 티타늄 등 특수 합금 재질로 난기류, 번개, 극저온 등 각종 악천후에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들어가는 부품만 6만3000개에 달한다. 또한 날 수 있도록 극도로 가벼워야 해서 동체 표면(스킨) 두께도 2~3㎜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항공기 동체 제작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라 주로 정부 산하 대표 기업들이 맡는다"며 "아스트는 보잉사로부터 '전 세계 민간기업 중 최고의 동체 제작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는 보잉뿐만 아니라 에어버스의 최상위 협력사(티어1) 지위를 가진 국내 유일한 항공기동체 제조회사다.
아스트는 협력사 지위를 벗어나 항공기를 직접 설계하는 지위에도 올랐다. 세계 3위 항공기제조업체인 브라질 엠브라에르부터 후방동체 설계·제작·사업권을 2019년 인수하면서부터다. 국내 유일하게 민항기 동체의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엠브라에르와 함께 만드는 70~110인승 중소형 항공기(리저널 제트)는 주로 미국 내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지역간 항공기로 최근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아스트는 엠브라에르와 공동으로 친환경 터보프롭 항공기, 수소연료전지 탑재 항공기 등 차세대 중소형 항공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첨단제조업의 최상단'인 항공 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의 중소기업이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삼성항공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김 회장은 다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2001년 독립해 아스트를 설립했다. 사업초기 매출은 거의 없었고 막대한 개발비용만 투입돼 한때 은행권 워크아웃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기술력을 인정받아 5년 만에 첫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매출 1000억원대로 성장하던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또 다른 시련을 맞았다. 각국의 국경이 닫히고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주가 잇따라 끊긴 것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 대출도 막히면서 회사 운영비를 대느라 사재 수백억 원을 털어야 했다"며 "그래도 단 한 명의 직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모두 제때 월급을 지급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2년여 만에 코로나사태가 풀리자 아스트는 빠르게 원상회복했다. 아스트 매출은 2021년 812억원에서 지난해 160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스트의 신성장 동력은 화물기 개조사업과 중소형 항공기 설계·제조사업이다. 항공 물류 수요 증가로 화물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전 세계 화물기의 절반은 별도로 제작되고 절반은 기존 여객기를 개조해 만들어진다. 아스트는 화물기 개조의 가장 핵심 부품인 '메인 데크 카고도어'(문짝)와 그 주변부 골격을 만들어 공급하는 글로벌 선두 업체다. 세계 양대 화물기 개조업체인 싱가포르 STEA와 이스라엘 IAI 모두 아스트로부터 화물기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 이유다. 중소형 항공기 제조사업 역시 확보한 설계·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꼬리날개와 전방동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 북미지역에 공급하는 중소형 항공기의 꼬리날개도 직접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의 95% 이상이 수출이고, 연매출의 20배가 넘는 3조6000억원의 수주잔고를 가진 아스트는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에 올라타 당분간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보잉737 항공기의 2월 현재 전 세계 주문잔량이 4271대(연간 400여대 생산)에 달해 아스트는 사실상 수십 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산업 규모는 2020년 4687억달러에서 2030년 9462억달러로 10년 내 2배로 커질 전망이다. 보잉은 2041년까지 총 4만1170대의 민항기가 신규로 항공사에 인도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회장은 "국내 대표를 넘어 세계 최고의 항공기 동체 제조업체가 될 것"이라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함께 미래 항공모빌리티로 떠오른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개발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김희원 아스트 회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공산업은 단 한 번의 실수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과 품질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라며 "국내 승객들이 타는 대부분의 항공기엔 아스트의 제조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소개했다.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가 운행하는 항공기의 절반이상,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운행하는 항공기의 대부분은 보잉737모델이다. 승객이 탔을 때, 기내 뒤쪽 화장실 이후 공간에 해당하는 둥그렇고 뾰족한 공간이 후방동체로 대부분 아스트 작품이다. 보잉 737은 전·후방 동체, 날개 등이 각기 다른 곳에 만들어져 미국 워싱턴주 보잉 에버릿 공장에서 조립된다. 기체의 스트링거(뼈대) 벌크헤드(칸막이구조물) 등 후방동체의 주요 부품들도 아스트가 만든다.
후방동체는 3개의 꼬리날개가 접합되는 부위인데다 동체를 흐르는 기체가 모여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곡면 형상을 갖춰야 해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동체부위다. 동체는 알루미늄, 티타늄 등 특수 합금 재질로 난기류, 번개, 극저온 등 각종 악천후에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들어가는 부품만 6만3000개에 달한다. 또한 날 수 있도록 극도로 가벼워야 해서 동체 표면(스킨) 두께도 2~3㎜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항공기 동체 제작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라 주로 정부 산하 대표 기업들이 맡는다"며 "아스트는 보잉사로부터 '전 세계 민간기업 중 최고의 동체 제작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는 보잉뿐만 아니라 에어버스의 최상위 협력사(티어1) 지위를 가진 국내 유일한 항공기동체 제조회사다.
아스트는 협력사 지위를 벗어나 항공기를 직접 설계하는 지위에도 올랐다. 세계 3위 항공기제조업체인 브라질 엠브라에르부터 후방동체 설계·제작·사업권을 2019년 인수하면서부터다. 국내 유일하게 민항기 동체의 설계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엠브라에르와 함께 만드는 70~110인승 중소형 항공기(리저널 제트)는 주로 미국 내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지역간 항공기로 최근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남미와 유지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아스트는 엠브라에르와 공동으로 친환경 터보프롭 항공기, 수소연료전지 탑재 항공기 등 차세대 중소형 항공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첨단제조업의 최상단'인 항공 기술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의 중소기업이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삼성항공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김 회장은 다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2001년 독립해 아스트를 설립했다. 사업초기 매출은 거의 없었고 막대한 개발비용만 투입돼 한때 은행권 워크아웃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기술력을 인정받아 5년 만에 첫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매출 1000억원대로 성장하던 이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또 다른 시련을 맞았다. 각국의 국경이 닫히고 항공기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주가 잇따라 끊긴 것이다. 김 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 대출도 막히면서 회사 운영비를 대느라 사재 수백억 원을 털어야 했다"며 "그래도 단 한 명의 직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모두 제때 월급을 지급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2년여 만에 코로나사태가 풀리자 아스트는 빠르게 원상회복했다. 아스트 매출은 2021년 812억원에서 지난해 160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아스트의 신성장 동력은 화물기 개조사업과 중소형 항공기 설계·제조사업이다. 항공 물류 수요 증가로 화물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전 세계 화물기의 절반은 별도로 제작되고 절반은 기존 여객기를 개조해 만들어진다. 아스트는 화물기 개조의 가장 핵심 부품인 '메인 데크 카고도어'(문짝)와 그 주변부 골격을 만들어 공급하는 글로벌 선두 업체다. 세계 양대 화물기 개조업체인 싱가포르 STEA와 이스라엘 IAI 모두 아스트로부터 화물기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 이유다. 중소형 항공기 제조사업 역시 확보한 설계·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꼬리날개와 전방동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 북미지역에 공급하는 중소형 항공기의 꼬리날개도 직접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의 95% 이상이 수출이고, 연매출의 20배가 넘는 3조6000억원의 수주잔고를 가진 아스트는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에 올라타 당분간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보잉737 항공기의 2월 현재 전 세계 주문잔량이 4271대(연간 400여대 생산)에 달해 아스트는 사실상 수십 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산업 규모는 2020년 4687억달러에서 2030년 9462억달러로 10년 내 2배로 커질 전망이다. 보잉은 2041년까지 총 4만1170대의 민항기가 신규로 항공사에 인도될 것으로 예측했다.
김 회장은 "국내 대표를 넘어 세계 최고의 항공기 동체 제조업체가 될 것"이라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함께 미래 항공모빌리티로 떠오른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개발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