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을 가볍게 보는 건, 경기도 오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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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마케터를 위한 신간 서적 출판사 기고
마케터를 위한 신간 서적 출판사 기고
■ 「헛소리의 품격」 웨일북
2017년 충주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다소 수상한 고구마 축제 홍보 포스터가 업로드된다. 그림판으로 만든 저퀄리티 포스터에선 난데없는 삼행시가 눈에 띈다.
‘고고구마 구구우면 마마시쩡’ 관공서 특유의 정형화된 스타일을 벗어난 이 홍보 게시물은 어이없게 재미있고 황당하게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급기야 뉴스에도 소개된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2018년 고구마 축제 때에는 유명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특유의 세리머니 포즈에 고구마를 엉성하게 합성한 ‘호우! 축제 고우! 고구마계의 호날두’ 포스터가 등장한다.
그 외에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 ‘골룸’이 한 손에 고구마를 든 채 ‘고고칼로리 시대를 구구원할 마마이프레셔스~’라고 외치는 등 기상천외한 포스터가 줄지어 올라온다. B급 감성의 고구마 축제 게시물은 순식간에 A급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충주시는 청와대를 제치고 정부 기관 페이지 도달률 1위를 기록한다.
‘싱싱하고 맛있는 고구마가 가득한 축제’와 같은 평범한 문구로 포스터를 만들었다면 군더더기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어도 재미와 흥미는 사라졌을 것이다. 헛소리 같은 포스터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대체 이 축제가 무엇인지 검색하게 하고, 어떤 행사길래 이런 포스터를 만드는지 궁금하게 한다. 헛소리를 잘 활용하면 딱딱한 지역 페스티벌에 말랑한 매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가볍게 웃어넘겼을 그 말을 카피로 만들고 아이디어로 활용할수록 색다른 광고가 태어난다.
“지금 뭐하남?”
“쇼핑하남?”
“심심하남?”
특정 지역명을 활용한 말장난은 꾸준히 사랑받는 개그 소재다. 회의실에는 하남으로 끝나는 문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침 튀기며 하남을 외치고,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다가 또 다른 하남을 외치는 식이었다. 온갖 하남이 10분 넘게 회의실을 맴돈 끝에 어느새 말장난은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옥외 광고판에 ‘지금 뭐하남? 스타필드 하남!’이란 카피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이다. 올림픽대로에 설치된 이 광고는 많은 이들의 SNS에 올라오면서 차츰 입소문을 탔고 쇼핑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회의실에서 튀어나온 가벼운 말장난으로 광고를 만들면 되겠냐는 내 생각이야말로 경기도 오산이었다.
두 번째는 스타필드 고양이었다. ‘~할 고양?’과 같은 ‘고양’체로 유명한 도시에 스타필드가 오픈하다니. 이곳을 널리 알려 스타필드를 흥하게 하여라! 말장난의 신이 우리를 도와주는 기분이었다. 이번엔 귀여운 고양이를 모델로 한 옥외 광고에 ‘언제 올 고양? 스타필드 고양!’이라는 카피를 큼지막하게 더 했다. 지하철 스크린부터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까지, 여러 곳에서 우리가 만든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지역명 말장난은 꽤나 전략적인 접근이 되었다. 하남이나 고양이라는 도시명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쇼핑몰로서 스타필드를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장난은 가볍다고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머릿속에 쉽게 각인된다. 사람들의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힘, 평범한 지역마저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 별것 아닌 지역명 말장난에는 그런 힘이 숨어있다. 가벼운 말장난이 때론 묵직한 한 방이 되는 이유다.
‘고고구마 구구우면 마마시쩡’ 관공서 특유의 정형화된 스타일을 벗어난 이 홍보 게시물은 어이없게 재미있고 황당하게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급기야 뉴스에도 소개된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2018년 고구마 축제 때에는 유명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특유의 세리머니 포즈에 고구마를 엉성하게 합성한 ‘호우! 축제 고우! 고구마계의 호날두’ 포스터가 등장한다.
그 외에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캐릭터 ‘골룸’이 한 손에 고구마를 든 채 ‘고고칼로리 시대를 구구원할 마마이프레셔스~’라고 외치는 등 기상천외한 포스터가 줄지어 올라온다. B급 감성의 고구마 축제 게시물은 순식간에 A급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충주시는 청와대를 제치고 정부 기관 페이지 도달률 1위를 기록한다.
‘싱싱하고 맛있는 고구마가 가득한 축제’와 같은 평범한 문구로 포스터를 만들었다면 군더더기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는 있어도 재미와 흥미는 사라졌을 것이다. 헛소리 같은 포스터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대체 이 축제가 무엇인지 검색하게 하고, 어떤 행사길래 이런 포스터를 만드는지 궁금하게 한다. 헛소리를 잘 활용하면 딱딱한 지역 페스티벌에 말랑한 매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
헛소리에서 발견한 똑소리 나는 인사이트
나는 이런 헛소리들로 광고주와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 좋은 헛소리에는 똑소리 나는 인사이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읽자마자 호기심을 유발하던 한 문장도,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마디도, 돌이켜보면 헛소리에 가까운 것이었다.누군가는 가볍게 웃어넘겼을 그 말을 카피로 만들고 아이디어로 활용할수록 색다른 광고가 태어난다.
말장난을 가볍게 보는 건, 경기도 오산입니다
신세계 그룹에서 론칭한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의 광고를 제작할 때였다. 캠페인의 목표는 당시 경기도 하남에서 처음으로 오픈했던 스타필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쇼핑몰 위치가 하남이라고요? 하~남~? 회의실에는 말장난의 물결이 요동쳤다.“지금 뭐하남?”
“쇼핑하남?”
“심심하남?”
특정 지역명을 활용한 말장난은 꾸준히 사랑받는 개그 소재다. 회의실에는 하남으로 끝나는 문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침 튀기며 하남을 외치고,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다가 또 다른 하남을 외치는 식이었다. 온갖 하남이 10분 넘게 회의실을 맴돈 끝에 어느새 말장난은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옥외 광고판에 ‘지금 뭐하남? 스타필드 하남!’이란 카피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이다. 올림픽대로에 설치된 이 광고는 많은 이들의 SNS에 올라오면서 차츰 입소문을 탔고 쇼핑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회의실에서 튀어나온 가벼운 말장난으로 광고를 만들면 되겠냐는 내 생각이야말로 경기도 오산이었다.
두 번째는 스타필드 고양이었다. ‘~할 고양?’과 같은 ‘고양’체로 유명한 도시에 스타필드가 오픈하다니. 이곳을 널리 알려 스타필드를 흥하게 하여라! 말장난의 신이 우리를 도와주는 기분이었다. 이번엔 귀여운 고양이를 모델로 한 옥외 광고에 ‘언제 올 고양? 스타필드 고양!’이라는 카피를 큼지막하게 더 했다. 지하철 스크린부터 명동 신세계 백화점 본점까지, 여러 곳에서 우리가 만든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지역명 말장난은 꽤나 전략적인 접근이 되었다. 하남이나 고양이라는 도시명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쇼핑몰로서 스타필드를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장난은 가볍다고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머릿속에 쉽게 각인된다. 사람들의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힘, 평범한 지역마저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힘. 별것 아닌 지역명 말장난에는 그런 힘이 숨어있다. 가벼운 말장난이 때론 묵직한 한 방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