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팔아도 남는 게 없다"…中이 장악한 '하얀 석유'의 정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배터리 핵심광물 '리튬' 쟁탈전 치열
중남미·아프리카·중국 '자원국유화' 선언
코로나19 이후 리튬 가격 11배 뛰어
"전기차 팔아도 남는 게 없다" 토로
국내 기업들, 호주·캐나다 등 다변화
중남미·아프리카·중국 '자원국유화' 선언
코로나19 이후 리튬 가격 11배 뛰어
"전기차 팔아도 남는 게 없다" 토로
국내 기업들, 호주·캐나다 등 다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공급망 충격'을 경험한 국가들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빗장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한편 지분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광산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말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에서 이 지역 리튬 채굴 보호구역을 선언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리튬은 우리 것(The lithium is ours)"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멕시코 대통령의 이 같은 구호는 1938년 석유 자원 국유화 당시 멕시코 정부가 내세운 '석유는 우리 것(The oil is ours)'이라는 구호를 연상시킨다"며 "이 같은 외침은 현재 리튬이 놓여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고 평가했다.
흰 금속 형태인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핵심 광물로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지난 1년 새 가격이 4~5배 뛰어 이미 '하얀 석유'로 불린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11배가량 뛰면서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5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리튬은 주로 염호(짠물 호수) 밑에 묻혀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70~80%가 중·남미, 중국, 중동국가 등 국가주의 색채가 강한 지역에 매장돼 있다.
이들 국가는 리튬 국유화 조치를 속속 선언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달 리튬 매장량 170만t으로 추정되는 소노라주 6곳에 대한 탐사·채굴을 국가가 독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멕시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배터리 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남미 국가들도 국유화 조치를 준비하거나 이미 사실상 자원 국유화한 상태다. 칠레는 리튬을 헌법상 '전략 자원'으로 추가하고 이달 안으로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연초 라리오하주 정부를 통해 리튬을 전략 물자로 지정하고, 민영기업들이 보유한 채굴권을 정지시켰다. 볼리비아는 이미 2008년 리튬을 국유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 짐바브웨는 가공하지 않은 리튬의 수출 금지를 발표했다. 최근 850만t 규모의 리튬 광산을 발견한 이란 역시 채굴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영 기업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이 자국 내에서 리튬 광산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은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의 매장지를 보유하게 됐으며, 단숨에 매장량 5위권 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세계 최대 정제 리튬 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 역시 리튬 등이 함유된 희토류를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품목'에 포함하는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및 전기모터를 만드는 데 필수인 핵심 광물 중 하나다.
중국이 원재료 대신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는 건 정제·가공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원재료인 리튬을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하려면 정제·가공이 필수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리튬 정제 사업을 "돈 찍어내는 면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진작부터 이 분야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해외 광물을 수입해 정제하는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 전 세계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가공해 수출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 중 8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현재 80%대에 이르는 리튬, 코발트, 흑연 같은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 5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 리튬 회사들은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들인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 배터리 등에 필요한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세계 리튬 채굴량에서 중국의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정제 리튬 시장 점유율은 무려 60%에 육박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외국 생산 업체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핵심 광물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채굴·가공하는 업체들과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업체와 탄산리튬, 호주 업체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급망 구축을 강화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자원 개발 업체 레이크리소스로부터 지분 10%를 확보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공급받는다. 호주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 정광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글로벌 리튬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호주 QPM의 테크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3~5년간 매년 니켈 6000만t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도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서 2018년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도 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채결한 바 있다. 또 아르헨티나 리튬개발권을 2억8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 염수리튬 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9일 업계에 따르면 광산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말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에서 이 지역 리튬 채굴 보호구역을 선언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리튬은 우리 것(The lithium is ours)"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멕시코 대통령의 이 같은 구호는 1938년 석유 자원 국유화 당시 멕시코 정부가 내세운 '석유는 우리 것(The oil is ours)'이라는 구호를 연상시킨다"며 "이 같은 외침은 현재 리튬이 놓여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고 평가했다.
흰 금속 형태인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핵심 광물로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지난 1년 새 가격이 4~5배 뛰어 이미 '하얀 석유'로 불린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11배가량 뛰면서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5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리튬은 주로 염호(짠물 호수) 밑에 묻혀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70~80%가 중·남미, 중국, 중동국가 등 국가주의 색채가 강한 지역에 매장돼 있다.
이들 국가는 리튬 국유화 조치를 속속 선언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달 리튬 매장량 170만t으로 추정되는 소노라주 6곳에 대한 탐사·채굴을 국가가 독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멕시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후 배터리 원료의 중국 의존도를 낮출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남미 국가들도 국유화 조치를 준비하거나 이미 사실상 자원 국유화한 상태다. 칠레는 리튬을 헌법상 '전략 자원'으로 추가하고 이달 안으로 국영 리튬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연초 라리오하주 정부를 통해 리튬을 전략 물자로 지정하고, 민영기업들이 보유한 채굴권을 정지시켰다. 볼리비아는 이미 2008년 리튬을 국유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 짐바브웨는 가공하지 않은 리튬의 수출 금지를 발표했다. 최근 850만t 규모의 리튬 광산을 발견한 이란 역시 채굴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영 기업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이 자국 내에서 리튬 광산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은 단일 광산으로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의 매장지를 보유하게 됐으며, 단숨에 매장량 5위권 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세계 최대 정제 리튬 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 역시 리튬 등이 함유된 희토류를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품목'에 포함하는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및 전기모터를 만드는 데 필수인 핵심 광물 중 하나다.
중국이 원재료 대신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는 건 정제·가공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원재료인 리튬을 전기차 배터리로 활용하려면 정제·가공이 필수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리튬 정제 사업을 "돈 찍어내는 면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진작부터 이 분야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해외 광물을 수입해 정제하는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 전 세계 리튬의 60%, 코발트의 80%를 가공해 수출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 중 8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현재 80%대에 이르는 리튬, 코발트, 흑연 같은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 50%대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 리튬 회사들은 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사들인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 배터리 등에 필요한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한다. 세계 리튬 채굴량에서 중국의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정제 리튬 시장 점유율은 무려 60%에 육박한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외국 생산 업체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핵심 광물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채굴·가공하는 업체들과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업체와 탄산리튬, 호주 업체와 천연 흑연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급망 구축을 강화했다.
SK온은 지난해 10월 호주 자원 개발 업체 레이크리소스로부터 지분 10%를 확보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공급받는다. 호주 광산에서 대규모 리튬 정광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글로벌 리튬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는 호주 QPM의 테크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3~5년간 매년 니켈 6000만t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홀딩스도 미국에서 점토 리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호주 진달리리소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서 2018년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도 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채결한 바 있다. 또 아르헨티나 리튬개발권을 2억8000만달러에 인수했으며, 지난해부터 아르헨티나 현지에 염수리튬 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