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완공을 목표로 유럽연합(EU)에서 진행 중인 50여 개 배터리 공장 신·증설 계획 중 70%가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보조금을 많이 주는 미국에 자금이 몰리면서 EU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유럽에 공장을 마련한 한국 배터리 3사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EU 환경단체인 교통과환경(T&E)에 따르면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의 완성차 업체, 노스볼트와 이탈볼트를 비롯한 EU 배터리 업체 등은 2030년까지 총 연 1.2TWh(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신설 혹은 증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배터리 업체에 조(兆) 단위 세액공제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미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독일 베를린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T&E는 예정된 EU 생산기지 건설 프로젝트 중 16%가 좌초 직전 상태며, 52%가 추가 자금이 없으면 무산될 중간 위험도를 지녔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이미 EU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U도 미국처럼 역내 투자 기업에 집중적으로 정부 재원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EU는 14일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한다. 유럽 내에서 10% 이상 원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40%가량을 현지 제조하는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에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공장(연 70GWh), 삼성SDI는 헝가리 1·2공장(연 40GWh 추정), SK온도 헝가리 1·2공장(연 17.5GWh)을 가동 중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