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삼성SDI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2.6% 줄었다. 매출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깬 보기 드문 사례다. 액화천연가스(LNG) 설비를 친환경 장치로 바꾸고, 노후 설비를 개조해 전력 사용량을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 탄소 감축 '깜짝 성과'
12일 삼성SDI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57만2139t의 CO2e(이산화탄소환산톤)를 배출했다. 2021년 58만7415tCO2e 대비 2.6% 감소했다. 에너지 사용량도 같은 기간 1만2182TJ(테라줄)에서 1만1524TJ로 줄었다. 반면 삼성SDI의 지난해 매출은 20조1241억원으로 전년보다 48.5% 급증했다.

회사 측은 LNG 설비를 대거 교체한 점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배경으로 꼽았다. 배터리 공장에서 LNG는 ‘드라이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일러 설비의 에너지로 쓰인다. 드라이룸은 배터리 공정에서 온·습도 조절, 먼지 제거 등 역할을 한다. 충남 천안사업장 소각 설비의 60% 이상을 LNG를 쓰지 않는 흡착 설비로 바꾼 것도 탄소배출량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대용량 유틸리티 설비의 운전 효율을 높이고 노후 설비를 개조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여 대의 업무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올해는 20%의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 100% 바꿀 예정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오는 1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환경부 중앙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환경 전문가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