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세븐일레븐… CU·GS25 따라잡으려면 [박종관의 유통관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해 주류업계를 뒤흔든 가장 큰 화제는 증류식 소주 열풍이었다. 이 열풍을 주류업체가 아닌 편의점이 이끌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GS25가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로 큰 인기를 끌자 CU는 주류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곧장 ‘빛소주’를 내놓으며 대응했다. 하지만 편의점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은 이 둘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 늘 한발 늦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수제맥주와 빵 등을 놓고 GS25와 CU가 차별화 상품 경쟁을 벌일 때도 그랬다. 세븐일레븐이 편의점업계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지난해 7월 GS25가 원소주를 선보이며 불기 시작한 증류식 소주 열풍은 이미 한풀 꺾인 상황이다. 원소주 마저 최근에는 재고가 남아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CU와 GS25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캔 하이볼 시장으로 전장을 옮겨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증류식 소주는 벌써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이 경쟁사와 달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편의점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편의점산업은 입지(점포 개발)와 영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단독 판매하는 히트 상품이 소비자들을 특정 편의점으로 찾아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일찌감치 파악한 CU는 주류 전담 TF를 만들고, GS25는 가정간편식(HMR) 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 자체를 상품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븐일레븐의 수장인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가 영업과 점포 개발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보니 마케팅에 약점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상품 출시가 늦더라도 좋은 상품을 만들자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출시 시점이 상대적으로 조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세븐의 대주주인 롯데지주도 그간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몰두하느라 바빴다. 최 대표 이전에 코리아세븐을 이끌었던 최고경영자(CEO)들은 편의점산업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백화점 출신이었다. 전산과 물류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세븐일레븐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배경이다.
매년 수백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 내야 하는 것도 큰 약점이다. 브랜드를 빌려 쓰는 코리아세븐은 GS리테일과 BGF리테일처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없다.
다만 최근에는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롯데 유통군은 '세븐일레븐 되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롯데 유통군 대표)을 필두로 내부적으로 '세븐일레븐을 다시 리딩 컴퍼니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혁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세븐일레븐의 마케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CJ올리브영 출신 김민정 상무를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의 강점인 즉석조리 식품을 경쟁사에 앞서는 세븐일레븐만의 ‘킬러 콘텐츠’로 키울 계획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특유의 넓은 매장과 즉석식품을 세븐일레븐의 먹거리 특화 매장 ‘푸드드림’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뒤늦은 증류식 소주 출시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증류식 소주 ‘소주한잔’을 선보였다. 가수 임창정과 협업해 만든 술로 세븐일레븐에서만 단독 판매한다. 주류업계에선 세븐일레븐이 증류식 소주 시장에 뛰어든 시점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지난해 7월 GS25가 원소주를 선보이며 불기 시작한 증류식 소주 열풍은 이미 한풀 꺾인 상황이다. 원소주 마저 최근에는 재고가 남아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CU와 GS25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캔 하이볼 시장으로 전장을 옮겨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증류식 소주는 벌써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이 경쟁사와 달리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편의점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편의점산업은 입지(점포 개발)와 영업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품 경쟁력과 마케팅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다. 단독 판매하는 히트 상품이 소비자들을 특정 편의점으로 찾아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일찌감치 파악한 CU는 주류 전담 TF를 만들고, GS25는 가정간편식(HMR) 부문을 신설하는 등 조직 자체를 상품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븐일레븐의 수장인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가 영업과 점포 개발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보니 마케팅에 약점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상품 출시가 늦더라도 좋은 상품을 만들자는 내부 분위기 때문에 출시 시점이 상대적으로 조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전략 원점에서 재검토
세븐일레븐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의 유통군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된다. 주요 사업이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던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혁신에 집중하다보니 세븐일레븐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났다.코리아세븐의 대주주인 롯데지주도 그간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몰두하느라 바빴다. 최 대표 이전에 코리아세븐을 이끌었던 최고경영자(CEO)들은 편의점산업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백화점 출신이었다. 전산과 물류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세븐일레븐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배경이다.
매년 수백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 내야 하는 것도 큰 약점이다. 브랜드를 빌려 쓰는 코리아세븐은 GS리테일과 BGF리테일처럼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도 없다.
다만 최근에는 백화점과 마트 등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롯데 유통군은 '세븐일레븐 되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롯데 유통군 대표)을 필두로 내부적으로 '세븐일레븐을 다시 리딩 컴퍼니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혁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세븐일레븐의 마케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CJ올리브영 출신 김민정 상무를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미니스톱 인수로 반전 노려
업계에선 지난해 인수한 미니스톱이 세븐일레븐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월 한국미니스톱을 약 3100억원에 인수했다. 2600여개의 미니스톱 점포가 세븐일레븐으로 바뀌면 세븐일레븐 점포는 약 1만4000개로 늘어난다. CU와 GS25는 1만600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사업은 점포 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좋아진다.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의 강점인 즉석조리 식품을 경쟁사에 앞서는 세븐일레븐만의 ‘킬러 콘텐츠’로 키울 계획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미니스톱 특유의 넓은 매장과 즉석식품을 세븐일레븐의 먹거리 특화 매장 ‘푸드드림’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