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남의 일 아니다…예금 '전액 보호‘ 가능한 걸까 [김보미의 머니뭐니]
금융당국이 국내에서 뱅크런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미국처럼 예금전액 보호 조치가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미국 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하자 뱅크런이 다른 은행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2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더라도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13일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까지 예금 전액 보장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조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비상 시 예금 전액 보호 조치가 가능할까.

Chapter1. 국내에서도 예금 '전액' 보호 사례는 있다

과거 국내에서도 예금을 전액 보호해준 사례는 있다. 1997년 11월 정부는 금융시장안정대책 발표를 통해 "금융회사가 파산 혹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없어지더라도 예금이자 전액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외환 위기 시절 금융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1997년 11월부터 다음 해 8월까지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제 18조 7항에 따르면 ‘보험금의 지급한도는 5천만원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를 통해 얼마든지 개정이 가능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지금의 구조를 보더라도 '예금 전액' 보호가 완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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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금보호한도를 전액으로 상향조정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기금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은행, 저축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회사의 예금보험료를 올려야 하며 이는 다시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에 5천만원 이하 예금을 보유한 고객 비율이 98.1%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호한도 높이게 되면 소수의 고액자산가들만 혜택을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재정으로 예금보험기금을 충당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국회 논의 등을 거쳐야 해서 역시 쉽지 않다. 그렇다면 1997년 당시에는 어떻게 기금을 마련했을까. 예금보험기금과 신용관리기금 등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량공기업 주식 7조5천억원 상당을 출연함과 동시에 금융기관의 보험료 출연요율을 50% 수준으로 인상해 기금을 확충했다.

Chapter2. 5천만원 예금자보호한도…1억원 상향은 언제?
'뱅크런' 남의 일 아니다…예금 '전액 보호‘ 가능한 걸까 [김보미의 머니뭐니]
현재 예금자보호한도는 1인당 세전 기준 최대 5천만원이다. 교포나 외국인의 경우에도 국내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이때 5천만원은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이다. 그리고 이자는 예적금 가입 당시 약정한 이자율과 예금보험위원회에서 정하는 이자율 중 ‘낮은 이자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5천만원 한도는 지난 2001년 2천만원에서 상향 조정된 이후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굳이 이번 SVB파산 이슈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규모나 국민 자산 증가를 고려했을 때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3월부터 TF를 만들어 적정보호한도 등에 대해 논의 중인데, 오는 8월 전후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Chapter3. 그렇다면 해외는?

국제예금보험협회(IADI)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예금자보호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총 144개국이다. 이 중 해외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과 호주는 전 세계 주요 금융국 가운데 예금 보호 한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데, 미국이 25만달러(약 3.3억원), 호주건전성감독청에 따라 예금 보호 한도가 최대 25만 호주달러(약 2.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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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자국 예금 보호 기금인 FGDR에 따라 최대 10만 유로(약 1.4억원)을 보호해주고 있으며, 영국은 8만5천파운드(약 1.3억원), 스웨덴은 105만 크로나(약 1.3억원) 보호한도를 두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1천만엔(약 9700만원), 중국은 50만 위안(약 9500만원), 그리고 캐나다는 10만 캐나다달러(약 9500만원) 한도로 예금 보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절대적인 금액으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예금자보호한도는 낮은 편이다. 1인당 GDP 대비 보호한도 비율로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예금 보호 한도 비율은 1.34배 수준인데 반해 일본, 미국 등 G7 국가의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은 평균 2.84배를 나타냈다. G7국가 평균 2.84배에 맞추려면 우리나라 예금보호한도는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야 할까. 2021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약 4천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1인당 예금자 보호한도는 약 1억1360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우리나라 예금자 보호한도가 많이 낮다는 의미이다.

Chapter4. 우체국은 100% 원금+이자 보장한다
'뱅크런' 남의 일 아니다…예금 '전액 보호‘ 가능한 걸까 [김보미의 머니뭐니]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우체국 예적금의 원금와 이자전액을 국가가 지급보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체국예금사업은 국가가 경영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관장하는 만큼 1차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급책임을 진다. 눈에 띄는 것은 보호한도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1억을 맡기든, 100억을 맡기든 원금 전액을 포함해 이자까지 모두 보호해준다는 의미이다. 예금자보호한도가 각 금융회사별로 1인당 최대 5천만원까지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다. 이렇듯 '안정성' 측면이 부각되면서 우체국 예금 수신고는 2018년 70조원에서 2019년 76조원, 2020년 79조원, 2021년 79조원, 작년 82조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만약 5천만원 이상 목돈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은행, 저축은행 이외에 우체국이라는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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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기자 bm0626@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