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했구나"…GM 야심작 '트랙스 크로스오버' 가격 보니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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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상화에 나선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구 한국GM)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타봤다. 2013년 '트랙스'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을 개척했던 초기 모델 이후 10년 만에 나온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이번에 나온 모델은 SUV와는 조금 다른 크로스오버(CUV) 차량이다. CUV는 세단보다 약간 높은 전고에 SUV의 공간 활용성을 더해 세단과 SUV 중에 고민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출시되는 폼팩터(특정 차 형태)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쟁 모델 대비 차체를 키우고 가격을 낮춰 소형 SUV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지난 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파주에 있는 한 카페까지 왕복 90km를 주행했다. 절반은 운전석에 앉아 직접 주행을, 절반은 조수석에 탑승해 주행감을 느껴봤다.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2가지 트림으로 내놨다. 하나는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한 알에스(RS) 트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웃도어 느낌을 강조한 액티브(ACTIV) 트림이다. 이날 탄 차량은 상위 트림인 RS 트림으로 시작 가격(엔트리)이 2739만원(개별소비세 3.5% 인하분 적용)이다. 외관 디자인은 호평을 받을 만하다. '둥글둥글'이 특징이었던 기존 트랙스 디자인 색채를 거의 지웠다. GM 측도 이번 외관 디자인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많이 참고했다는 후문. 전량 국내 공장(창원·부평)에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는 만큼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디자인 요소를 채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날렵해졌다. 전면부는 기존 직사각형 형태의 헤드램프를 납작하게 눌러 날쌔면서 세련미 있는 인상을 강조했다. 그릴도 검은색을 채택한 뒤 기존보다 아래로 더 확장했다. 가로로 누워있던 방향지시등은 세로로 바꿨다. 측면에 가장 많은 힘을 줬다. 경쟁 모델 대비 긴 휠베이스(축간거리)를 강조하기 위해 근육질 형태의 굴곡을 강조한 선을 적용했다. 전면에서 후면으로 낮게 떨어지는 지붕(루프) 라인으로 크로스오버 모델의 역동성이 돋보였다. 후면부를 보면 이 차량이 SUV가 아닌 CUV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SUV 대비 뒷범퍼 부분이 치켜올라간 데다 경쟁 모델보다 지붕에서부터 차 밑단까지 높이가 100mm 이상 짧다. SUV 모델 대비 트렁크 적재 공간도 다소 협소하다. 리어램프는 후면부터 측면부까지 이어지도록 큼직하게 디자인됐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장 4540mm, 전폭 1825mm, 전고 1560mm의 크기로 국내 경쟁 모델인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보다 크고 준중형 SUV 현대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보다는 소폭 작다. 특히 2700mm의 긴 휠베이스와 함께 쉐보레 모델 가운데 짧은 리어 오버행(뒷바퀴부터 차 후방 끝까지 거리)을 통해 보다 넓은 2열 레그룸(무릎공간)을 실현했다. 실제 2열에 앉아보니 우려와 달리 소형 SUV보다 공간감이 더 나은 듯 했다. 높게 설정된 차체 바닥 때문에 운전 중 시야 개방감이 시원했다. 전면 디스플레이는 플로팅 타입(공조장치 위에 설치된)으로 8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듀얼 스크린이 탑재됐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약 9도 기울어져 운전 중 조작하기 편리했다. 또 전동, 통풍, 열선 기능을 제공하는 시트, 요추 받침 기능의 럼버 서포트, 무선 휴대폰 충전, 파워 리프트게이트, 오토홀드, 뒷좌석 에어벤트 등 고급 사양을 적용해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했다. 이 사양들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한국사업장에서 GM 본사에 요청해 별도 탑재된 기능으로 북미 출시 모델에는 없는 기능이다.
가장 궁금했던 건 실제 주행능력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는 보다 간소화된 크기의 신형 1.2L E-터보 프라임 엔진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kg·m의 퍼포먼스를 낸다. 3기통 엔진은 고성능 바이크 정도에 탑재되는 엔진 사이즈로 경쟁 모델들이 엔트리 트림에 대부분 1.6L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다소 부족한 감이 든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실제 주행에서 1.6L 엔진 대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중저속에선 뷰익 등 다양한 차종을 통해 검증을 거친 GENⅢ 6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이 훌륭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미끄러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세단의 장점을 일부 갖고 있는 CUV의 특징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100km/h 이상 고속에서도 공차중량 1300kg의 차를 끌고 나가는 데 힘이 달려 보이지 않았다. 다만 뒷좌석에 2~3명의 인원이 추가로 탑승하고, 트렁크에 짐을 적재한다고 가정하면 과감하게 달릴 수 있는 안정감은 아니다. 그러나 마력 대비 토크가 높게 설정돼 추월주행 능력은 확실히 개선된 느낌이다. 차축이 긴 CUV 특성상 곡선주로를 돌아나가는 데 장점이 있는 차는 아니다. 다만 고속이 아니라면 딱히 불안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노면의 도로질감도 제법 잘 느껴져 장시간 운전자라면 피로를 느낄만하다. 스티어링 휠은 부드럽게 세팅된 편이다. 이중접합 유리를 채택해 방음은 상당히 훌륭했다.
GM의 야심이 느껴지는 부분은 가격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가격은(개소세 3.5% 인하 적용 기준) △LS트림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으로 책정됐다. 엔트리 모델 기준 현대차 '디 올 뉴 코나' 대비 485만원, '투싼 2023년형' 대비 532만원 각각 더 저렴하다. 비슷한 차급에선 르노코리아의 XM3 내연기관 모델(1958만원~)만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저렴하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