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치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사이에 30원가량 급락했다. 한·미 간 금리 차가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美 금리인상 막바지"…원·달러 환율 하루새 30원 급락
원·달러 환율은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29원40전 하락한 1278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14일(1269원40전) 후 가장 낮다. 하루 낙폭으론 지난해 11월 11일(59원10전) 후 가장 컸다. 환율은 전날보다 9원70전 내린 1298원에 개장한 뒤 낙폭을 키워 오후 한때 1276원50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시장이 Fed의 가파른 긴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생각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고 환율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세계 경제가 고강도 통화 긴축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Fed가 향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은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Fed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전망하는 기준금리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연 5.1%(중간값)다. Fed가 연내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은이 다음달 금리를 동결하고 Fed가 5월 2~3일로 예정된 다음 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때 환율이 뛰고 외화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한은은 5월 25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환율이 뛰면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대외 여건의 변화와 국내 가격 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