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창업가 독창성, 세계 최고…사우디 진출 도울 것"
“한국 창업가의 독창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왕국이 그들의 다음 목적지가 됐으면 합니다.”

사미 알후사이니 사우디아라비아 몬샤아트 총재(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4분기 사우디의 탈석유 경제 활동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것은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몬샤아트는 2016년 설립된 사우디 정부기관으로, 벤처기업 육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중동 최대 스타트업 행사 BIBAN을 주관하고 있다.

사우디는 자국 창업가 육성과 해외 스타트업 유치 등에 힘쓰고 있다. 정부가 나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육성이 소수 에너지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탈피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알후사이니 총재는 “사우디에는 그동안 기업가정신을 위한 성숙한 생태계가 없었고 젊은이들의 대기업 선호가 강했다”며 “몬샤아트는 창업가가 야망을 추구하고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몬샤아트는 대학 중심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우디에선 27개 대학이 창업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학생이 회사를 세우면 대학 기금 등을 이용해 투자가 이뤄지도록 유도한다. 졸업 후엔 경영 실무 교육과 창업자 네트워킹을 돕는 중소기업(SME) 지원센터, 멘토 연결 플랫폼인 ‘나와프스’ 앱, 연구 자금과 시설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토모’ 프로그램 등으로 스타트업 생존을 돕고 있다. 사우디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144건의 투자를 유치해 역대 최대인 9억87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몬샤아트의 또 다른 역할은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다. 젊은이의 일자리를 다양화하면서 국가 차원의 탈석유 정책인 ‘비전 2030’을 구현하기 위해 해외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알후사이니 총재는 “규제를 풀어주는 특별 경제 구역과 재정 지원 패키지 등을 마련하고, 사우디 기업가에게 글로벌 진출과 관련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알후사이니 총재는 “공동 기금을 조성 중인 두 나라 정부는 스타트업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미래 건설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는 사우디에 한국 스타트업들이 물류, 농업, 관광,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야드=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