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공기와 물, 의류 등 실생활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했다. 제품 구매 후에도 편의 기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업(UP)가전’ 전담팀도 두 곳 신설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하고 있는 ‘고객 경험 혁신’ 철학을 생활가전 분야에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4일 LG전자에 따르면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는 최근 1년간의 조직개편 작업을 통해 12개 연구소를 8개로 줄였다. 기존 연구소는 냉장고, 컴프레서, 모터 등 제품과 부품 중심으로 구분됐다. 현재는 공기·식품·물·의류·청소를 연구하는 5개의 ‘과학연구소’와 키친솔루션, 리빙솔루션, 에어솔루션 등 3개의 ‘솔루션 연구소’로 명칭과 역할이 바뀌었다.

5개 과학연구소는 모두 ‘고객 건강’과 연관된 가전을 담당한다. 기초기술 연구 단계부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해 생활가전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의류과학연구소는 세탁 때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등 환경보호를 위한 세탁 코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청소과학연구소는 청소 영역과 오염원에 따른 최적의 청소 솔루션을 찾는 것을 대표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3개의 제품솔루션 연구소가 생긴 건 지난해 말 조직개편 때 키친솔루션사업부 등 주요 사업부 이름에 ‘솔루션’이 붙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개별 제품 단위를 넘어 콘텐츠·서비스를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업가전’ 관련 조직도 강화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업가전이라는 개념을 들고나왔다. 고객이 가전제품을 구매한 뒤에도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지속 추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세탁기를 포함해 24종의 업가전이 나왔고 150개 이상의 업그레이드 콘텐츠가 배포됐다.

H&A사업본부는 작년 말 조직개편 때 H&A사업본부 내 업가전개발PO(Product Owner), 업가전운영팀을 신설했다. 업가전의 효율적인 개발과 운영을 위해서다. 고객의 요청을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LG 씽큐’ 앱 내 ‘UP가전 아이디어 제안’ 메뉴도 두고 있다.

조직개편엔 류재철 H&A사업본부장(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류 사장은 “고객에게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가전’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집안일을 보다 완결성 있게 해결하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 연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