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오토 상하이. BYD 전시관.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2023 오토 상하이. BYD 전시관. 영상=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신차에 놀랄 만한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봐주십시오. 이게 우리의 새로운 '하이어우(海鸥·갈매기)'입니다."

18일 '2023 상하이 국제 모터쇼'가 열린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 비야디(BYD) 전시장. 이날 최대 관심사는 BYD가 올 2분기 중 내놓을 소형 전기차 '갈매기(시걸)'의 가격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EV' 정도 크기인 이 차 가격이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중 가장 낮을 것이란 예고 때문이었다.

BYD 신차 발표회 진행자가 대형 스크린에 '7.88만위안(약 1500만원)부터~'라는 문구를 띄우자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 수백명은환호성과 함께 갈채를 보냈다. '젊은층을 겨낭한다'는 회사의 설명답게 이날 전시장에는 20·30대로 보이는 중국인 방문객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기도 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기준) BYD가 '반값 전기차'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기차 경쟁사인 테슬라를 비롯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보다 한 발 앞선 행보다.

BYD가 앞장선 '전기차 치킨게임'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도미노 가격 인하'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업계의 아이돌' '전기차 거인'으로 성장한 BYD가 글로벌 1위 업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 기준 187만대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순수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131만4000대의 신차가 등록돼 2위를 기록했다.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는 테슬라가 1위 업체다.

BYD의 전기차 라인업은 광범위하다. 가격대도 10만위안부터 150만위안까지 천차만별이다. BYD는 크게 점잖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왕조(王朝), 젊은층을 겨냥한 해양(海洋), 고급차를 지향하는 텅스(騰勢·덴자), 최고급 싱지(星际) 시리즈로 나눠 운영한다.

왕조 시리즈는 중고가 중형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한(漢)·탕(唐), 중저가 콤팩트형 승용차·SUV 모델인 친(秦)·쑹(宋)·위안(元) 브랜드로 나뉜다.

해양 시리즈는 하이바오(海豹·바다표범), 하이둔(海豚·돌고래), 하이스(海狮·바다사자), 하이어우(海鸥·갈매기) 등으로, 군함시리즈는 구축함(A급 세단), 순양함(SUV), 상륙함(MPV) 등으로 구분된다.

BYD의 '하이어우'의 시작가격은 7만위안에 불과하다. GM의 볼트EV가 미국 시장에서 2만6000달러(약 340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반값보다 더 저렴하다.

오는 2025년 양산 예정인 폭스바겐의 ID.2올과 내년 출시 예정인 르노그룹의 르노5EV는 각각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수준이다. '반값 테슬라'로 이름이 붙은 테슬라 모델2도 출시 시점은 미정이나 판매가격 2만5000달러(약 3270만원)가 목표다.

GM은 올 하반기에 3만달러(약 3900만원) 이하의 SUV인 쉐보레 이쿼녹스EV를 내놓을 예정이다. 상하이GM우링의 초소형 전기차모델 '홍광 미니'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6만3400대가 팔리며 전 세계 전기차 모델 판매 3위를 기록했다. 홍광 미니는 하이어우보다 더 저렴하지만 문이 2개인 '투 도어' 모델이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인프라는 확대되는 반면 보조금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추세라서다. 때문에 업계는 향후 소비자들이 '충전 인프라'보다 '전기차 가격'에 더 민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CNBC는 "전기차가 부유층의 과시용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중국)=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