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타면서 현대차는 왜 안 타요?" 중국인에 물었더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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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상하이 모터쇼
현대차 '아픈 손가락' 중국인들에게 물어봤다
디자인 대체로 호평…"성능·가격 중 장점 각인해야"
"인지도 낮은 것 극복 필요…중국인들 '브랜드' 민감"
현대차·기아 中 점유율 1%대…"올해 전략 차종 출시"
현대차 '아픈 손가락' 중국인들에게 물어봤다
디자인 대체로 호평…"성능·가격 중 장점 각인해야"
"인지도 낮은 것 극복 필요…중국인들 '브랜드' 민감"
현대차·기아 中 점유율 1%대…"올해 전략 차종 출시"
지난해 10월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기함급 전기 세단 '한(漢)'을 구매했다는 중국 모 자동차 부품회사 직원 30대 A씨. 그는 테슬라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BYD '한'을 놓고 고민하다가 가격 대비 주행거리 이점이 있는 BYD 차량을 선택했다.
순수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는 완충시 최장 주행거리가 660km(중국 CLTC 기준)다. 가격은 28만8900위안(약 5530만원). '한'의 여러 트림 중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경우 최장 1300km(CLTC 기준)을 달린다. 가격은 28만9800위안(약 5550만원)으로 모델Y와 비슷하다.
A씨는 "전기차 중에서 고민하다가 디자인도 테슬라에 뒤지지 않고 주행거리가 더 길어 방전 걱정 없는 모델을 택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나 기아는 고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연기관차까지 고려했다면 BMW 3시리즈를 샀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산 차량이 성능이나 가격경쟁력 가운데 확실한 장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인들이 '브랜드'에 민감한 편이라 현지에서의 인지도를 보다 끌어올려야 할 것이란 평이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25만9000대, 기아는 9만500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32.9%와 38.4% 각각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봉쇄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전년 대비 6% 성장했지만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 중 현대차·기아만 점유율이 떨어졌다. 연판매 35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차, 기아를 합친 점유율이 1.3% 수준에 그쳤다.
중국 자동차 매체 바이카의 장위페이 씨는 "기아 디자인은 아주 훌륭하고, 특히 전기차 EV6는 구매 욕구가 든다"면서도 "젊은 중국인들은 BYD, 니오, 샤오펑 같은 중국 업체들이 만든 디자인이 더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연령층이 높은 중국인들은 폭스바겐이나 일본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콘텐츠 인플루언서 량추친 씨도 "상하이에선 (베이징에 비해) 현대차와 기아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며 "중국인들은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에도 영향을 받고, 따라 사고 싶어한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지커 전시관에서 만난 관계자 B씨는 "중국은 아주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있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인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커의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유행을 타고 싶으면 테슬라나 니오를, 성능을 따지면 독일차를, 가격을 고려하면 중국차 브랜드를 고른다"면서 "이들보다 나은 장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향후 중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판매 중이지만 아이오닉5, 아이오닉6 같은 핵심 전용 전기차 모델은 아직 출시하지 않았다. 기아 역시 올 상반기 EV6를 출시하고 11월 중국 현지 모델 EV5를 내놓는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전시관에서 만난 랑랑닌 씨는 "중국의 20~30대 젊은층은 이제 전기차를 사고 싶어한다"며 "(전시관에서 본) 기아의 전기차 디자인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6년 179만대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2019년 91만대, 지난해엔 35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부진은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 보복 조치로 촉발됐지만, 최근의 부진은 중국 브랜드들 부상에 따른 치열한 경쟁 여파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개막한 2023 상하이 모터쇼에서 더 뉴 엘란트라 N(한국명 더 뉴 아반떼 N)의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고성능 N 브랜드의 중국 시장 론칭을 공식 선언했다. 출시 시점은 올 하반기다. 고성능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국인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올 6월에는 중국 시장만을 위한 현지 전략 신형 콤팩트 SUV '무파사'도 내놓는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전기차 GV60도 중국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는 지난달 준중형 전기 SUV인 'EV5'의 콘셉트카를 중국에서 우선 공개했다. 올해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옌청공장에서 생산되는 EV5는 중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로 수출한다. 기아는 옌청 공장을 글로벌 EV 수출 기지로 삼아 오는 2026년까지 총 10만대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상하이(중국)=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순수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는 완충시 최장 주행거리가 660km(중국 CLTC 기준)다. 가격은 28만8900위안(약 5530만원). '한'의 여러 트림 중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경우 최장 1300km(CLTC 기준)을 달린다. 가격은 28만9800위안(약 5550만원)으로 모델Y와 비슷하다.
A씨는 "전기차 중에서 고민하다가 디자인도 테슬라에 뒤지지 않고 주행거리가 더 길어 방전 걱정 없는 모델을 택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나 기아는 고려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내연기관차까지 고려했다면 BMW 3시리즈를 샀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디자인 훌륭하지만…성능·가격경쟁력 떨어져"
지난 18일 세계 최대 규모의 '2023 상하이 모터쇼(오토 상하이)'가 열린 상하이국립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현지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에게 현대차와 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이유를 물었더니 이 같은 반응이 적지 않았다.국산 차량이 성능이나 가격경쟁력 가운데 확실한 장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인들이 '브랜드'에 민감한 편이라 현지에서의 인지도를 보다 끌어올려야 할 것이란 평이 나왔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25만9000대, 기아는 9만500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32.9%와 38.4% 각각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봉쇄령,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도 전년 대비 6% 성장했지만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 중 현대차·기아만 점유율이 떨어졌다. 연판매 35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차, 기아를 합친 점유율이 1.3% 수준에 그쳤다.
중국 자동차 매체 바이카의 장위페이 씨는 "기아 디자인은 아주 훌륭하고, 특히 전기차 EV6는 구매 욕구가 든다"면서도 "젊은 중국인들은 BYD, 니오, 샤오펑 같은 중국 업체들이 만든 디자인이 더 세련됐다고 생각하고 연령층이 높은 중국인들은 폭스바겐이나 일본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콘텐츠 인플루언서 량추친 씨도 "상하이에선 (베이징에 비해) 현대차와 기아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며 "중국인들은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에도 영향을 받고, 따라 사고 싶어한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 지커 전시관에서 만난 관계자 B씨는 "중국은 아주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있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며 "중국인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커의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유행을 타고 싶으면 테슬라나 니오를, 성능을 따지면 독일차를, 가격을 고려하면 중국차 브랜드를 고른다"면서 "이들보다 나은 장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가 향후 중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판매 중이지만 아이오닉5, 아이오닉6 같은 핵심 전용 전기차 모델은 아직 출시하지 않았다. 기아 역시 올 상반기 EV6를 출시하고 11월 중국 현지 모델 EV5를 내놓는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전시관에서 만난 랑랑닌 씨는 "중국의 20~30대 젊은층은 이제 전기차를 사고 싶어한다"며 "(전시관에서 본) 기아의 전기차 디자인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점유율 1%대 아픈 손가락…"올해 중국 사업 정상화"
현대차그룹에서 중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현재 점유율이 1.3%에 불과하지만 연간 2100만대에 달하는 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데다 성장 가능성이 높아 포기할 수 없는 지역.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연초 신년회에서 "2023년은 중국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한 해"라면서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0만6000대로 제시했다.과거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16년 179만대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2019년 91만대, 지난해엔 35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부진은 2016년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 보복 조치로 촉발됐지만, 최근의 부진은 중국 브랜드들 부상에 따른 치열한 경쟁 여파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개막한 2023 상하이 모터쇼에서 더 뉴 엘란트라 N(한국명 더 뉴 아반떼 N)의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고성능 N 브랜드의 중국 시장 론칭을 공식 선언했다. 출시 시점은 올 하반기다. 고성능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국인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올 6월에는 중국 시장만을 위한 현지 전략 신형 콤팩트 SUV '무파사'도 내놓는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전기차 GV60도 중국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는 지난달 준중형 전기 SUV인 'EV5'의 콘셉트카를 중국에서 우선 공개했다. 올해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옌청공장에서 생산되는 EV5는 중국 시장은 물론 전 세계로 수출한다. 기아는 옌청 공장을 글로벌 EV 수출 기지로 삼아 오는 2026년까지 총 10만대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상하이(중국)=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