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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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차로 세 시간여를 달리자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넓은 키위 농장(사진)이 등장했다. 초록색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했다. “이곳 테 푸케 지역의 별명은 ‘키위의 수도’”라는 농장주 팀 토르 씨(67)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적의 환경 조건 갖춘 뉴질랜드

"엄격 기준 통과한 최상급 키위만 韓 수출"
뉴질랜드에서 1년에 생산되는 키위는 약 63만t. 한국에서 뉴질랜드산 키위의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뉴질랜드는 키위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화산재 기반의 토양은 석회질이 풍부해 비옥하고, 수분을 잘 머금는 특성이 있다.

뉴질랜드에서 호주를 제외한 전 세계로 수출하는 키위는 모두 ‘제스프리’ 브랜드를 달고 나간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이 세운 협동조합 이름이자 이 협동조합이 내놓은 글로벌 브랜드다.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수출 창구를 제스프리로 단일화했다.

○레드키위 나온다

제스프리는 정부로부터 독점에 가까운 수출 특혜를 받는 만큼 품질 관리에 전력을 기울인다. 개별 농가에서 키위를 출하할 땐 반드시 제스프리 연구소에서 테스트를 거친다.

일정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키위는 수확조차 할 수 없다. 수확한 키위는 적외선 카메라 등을 통해 당도, 수분 함량 등 분류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분류한다.

이 중 제스프리 스티커가 붙을 수 있는 수출용 키위는 1등급뿐이다. 2등급 이하 상품은 뉴질랜드 내에서 소비된다. 뉴질랜드에서 키위를 맛본 한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사 먹는 키위가 더 맛있다”고 하는 게 이 때문이다.

제스프리는 테 푸케 지역에 뉴질랜드 국책 연구소 플랜트&푸드 리서치와 합작해 세운 세계 최대의 키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축구장 140개 크기(약 100만㎡)에 달하는 농장을 연구에만 활용한다.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썬골드키위도 이 연구소에서 10년간 연구해 탄생했다. 톡 쏘는 매운맛을 내는 키위, 바나나처럼 껍질을 벗겨 먹는 키위 등도 개발 중이다.

썬골드키위의 뒤를 이을 루비레드키위는 출시가 임박했다. 과육이 루비처럼 투명한 빨간색 품종이다. 다른 키위보다 비타민C 함량이 많고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제주에서도 키위 재배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에서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키위 재배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1년 내내 고품질 키위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키위는 이모작이 안 된다.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에서만 재배해서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키위를 맛볼 수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스프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북반구 지역 중 뉴질랜드와 기후 및 재배 조건이 비슷한 지역을 발굴해 재배지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도 제스프리의 키위 재배지 중 하나다.

뉴질랜드처럼 화산재 기반의 토양을 가진 제주의 키위 재배 면적은 232만㎡에 달한다. 제주의 키위 재배가 활성화하면서 한국 소비자는 4~11월엔 뉴질랜드산 키위를, 12~3월엔 제주에서 가을에 수확한 키위를 맛볼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스페인에 이어 제스프리 키위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제스프리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3년 전보다 66.8% 늘어난 2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뉴질랜드에서 재배된 제스프리 키위가 지난 24일 국내에 처음 출하됐다.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스프리 키위를 판매한다.

테 푸케(뉴질랜드)=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