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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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경제 정보에 대한 해외의 접근을 제한한 가운데 그 배경에는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조지타운대학의 정책 싱크탱크인 안보신기술센터(CSET)와 미 국무부 차관보 출신인 커트 캠이 세운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 등이 작성한 보고서 때문에 중국 정부가 데이터의 해외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오픈 소스 데이터를 사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어떻게 군사력을 발전시켜왔는지 등을 조사해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공개한 자료가 불투명하고 부족한 탓에 중국 민간 데이터 업체로부터 자료를 구매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중국 관료들이 이 부분을 우려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 당국의 관심을 끈 보고서 중 하나는 지난해 6월 나온 '실리콘 트위스트'라는 제목의 정책 브리핑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에도 인민해방군(PLA)이 미국 기업이 설계하고 대만과 한국에서 제조한 첨단 반도체를 구매해 군사력을 강화해온 방법 등이 담겼다.

이를 검토한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3월 중국 데이터 분석 업체들에 해외 접근을 제한하라고 통보했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중국 학술지 사이트인 중국지망(CNKI)은 4월부터 미국, 독일 및 홍콩 등 지역의 연구 기관이 특정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WSJ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는 계약이 만료된 국제 연구기관 및 외국계 정보업체와 잇따라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윈드는 각종 중국 경제 정보를 국내외 분석가와 투자자에게 제공해 왔다.

WSJ은 중국 당국이 해외 경영컨설팅 업체, 회계법인 등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 대한 투자 위험도를 평가할 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곳이다.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사무소에 수사관을 파견해 직원들을 심문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 당국자들은 최근 미국의 기업 신용조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뉴욕과 상하이에 기반을 둔 연구 서비스 업체인 캡비전 상하이 사무실도 최근 몇 달간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과거 경제 정보에 대해선 최대한 유통을 보장해왔지만 달라진 모습이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외국계 컨설팅사와 회계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은 중국 내 경제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급격하게 늘릴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