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이 꾸준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美 소비자물가 4.9%↑…상승률 2년 만에 최저
미국 노동부는 4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4.9%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CPI 상승률이 4%대로 내려온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를 기록한 뒤 10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4월 CPI는 전달에 비해선 0.4% 올라 월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했다. 전달에 비해서는 0.4% 올랐다.

인플레이션 둔화에는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휘발유 가격은 1년 전보다 12.2% 내렸다. 연료유(중유)는 전년 동기 대비 20.2%, 지난달에 비해서는 4.5% 하락했다. 주거비는 지난달보다 0.4% 오르며 1년 만에 가장 작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중고차 물가는 지난달보다 4.4% 올랐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Fed가 다음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페드워치는 노동부 발표 직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77.6%에서 85.8%로 상향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14.2%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Fed가 조만간 금리 인상을 중단할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Fed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 FOMC까지 10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보다 높은 만큼 올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기에는 섣부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Fed 부위원장인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총재는 이날 “우리(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마쳤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주식과 채권은 강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미국 10년물 채권 수익률은 3.526%에서 3.471%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미국 2년 채권 금리도 4.024%에서 3.976%로 떨어졌다.

김인엽/노유정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