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최악의 경우 1%대 초반 성장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성장률 1.5%로 낮춘 KDI…"반도체 부진땐 더 떨어질 것"
KDI는 1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날 새로 나온 전망치는 지난 2월 발표 때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작년 5월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고, 이후 같은 해 11월 1.8%로 0.5%포인트 내렸다. 올 2월에도 1.8% 전망을 유지했지만 더딘 반도체 수출 회복세를 반영해 이날 다시 1.5%로 낮춰 잡았다. 지난해 성장률 2.6%(잠정치)에 비해 1.1%포인트 낮은 수치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7.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3개월 전 예상(-5.9%)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는 164억달러 흑자로 3개월 전(275억달러)보다 100억달러 넘게 깎였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반도체 경기는 2월 전망 때보다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반도체 재고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안 좋은 시나리오에선 1%대 초반 성장률 전망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에 살아나는 것) 흐름은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KDI는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2.1%에서 올 2월 2.4%로 높였다가 이날 다시 2.1%로 끌어내렸다.

민간소비는 수출과 달리 탄탄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소비가 강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3%)를 3개월 전보다 0.2%포인트 높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예상했다. 3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미뤄진 것을 반영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3.5%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