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총체적 위기…고강도 노동개혁으로 투자 물꼬 터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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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KDI, 전직 경제 수장 31명 조언 공개
"인구 절벽 탓 잠재성장률 하락"
여성·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강조
이민 활성화 등 다른 대책도 내놔
민간투자 늘릴 규제개혁도 주장
"인구 절벽 탓 잠재성장률 하락"
여성·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강조
이민 활성화 등 다른 대책도 내놔
민간투자 늘릴 규제개혁도 주장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합니다.”(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투자가 늘어나도록 정부가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 수십 년간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한 경제 수장들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기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를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오는 25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93분짜리 인터뷰 영상에서다. 영상엔 전직 경제관료 31명의 조언이 담겼다.
경제 원로들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DI는 2020년대 초반 2%가량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엔 1.3%, 2040년대엔 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진념 전 부총리(김대중 정부)는 “정치 불안정에 따라 갈등 구조가 깊어지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연금·교육개혁은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연히 가야 할 수순”이라고 했다.
역대 최장수 경제수석(1983~1987년)을 지낸 사공일 전 장관은 “여성과 일할 능력이 충분한 노령인구를 경제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무부 차관, 산업은행 총재 등을 지낸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노태우 정부)도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의 개혁이 이뤄져야 선진국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정치적 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노무현 정부)는 “노동력 감소를 지나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급격한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늘리도록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밝혔다. 오종남 전 통계청장(김대중 정부)은 “국내 노동시장에선 대기업 정규직이면서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며 “노동개혁은 힘 없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했다.
정재룡 전 통계청장(김영삼 정부)은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 때 재정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 관료들을 내각에 중용하는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원로들은 한국이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고도성장에 성공했지만, 이는 더 이상 유효한 성공모델이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노무현 정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2000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난 것은 정부 주도의 경제계획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가 산업을 관장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장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개혁의 핵심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전 부총리(문재인 정부)는 “기술 발달로 승자독식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추격형 경제구조에서 선도자적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술·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사령탑이었던 유일호 전 부총리는 “정부만 따라오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정책 결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추진 과정에서 다방면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이른바 ‘정치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투자가 늘어나도록 정부가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지난 수십 년간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한 경제 수장들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최대 위기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성장 잠재력 저하를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오는 25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93분짜리 인터뷰 영상에서다. 영상엔 전직 경제관료 31명의 조언이 담겼다.
위기 극복 위해 노동개혁 시급
역대 경제부총리 중 강경식·진념·전윤철·권오규·박재완·현오석·최경환·유일호·홍남기 전 부총리(재임 순) 등 9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사공일·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등도 인터뷰에 참여했다.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관료들도 두루 포함됐다.경제 원로들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 개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DI는 2020년대 초반 2%가량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엔 1.3%, 2040년대엔 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진념 전 부총리(김대중 정부)는 “정치 불안정에 따라 갈등 구조가 깊어지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노동·연금·교육개혁은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연히 가야 할 수순”이라고 했다.
역대 최장수 경제수석(1983~1987년)을 지낸 사공일 전 장관은 “여성과 일할 능력이 충분한 노령인구를 경제활동에 참여시키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무부 차관, 산업은행 총재 등을 지낸 이동호 전 내무부 장관(노태우 정부)도 “노동·연금·교육 등 3대 부문의 개혁이 이뤄져야 선진국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정치적 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노무현 정부)는 “노동력 감소를 지나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급격한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늘리도록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해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밝혔다. 오종남 전 통계청장(김대중 정부)은 “국내 노동시장에선 대기업 정규직이면서 고임금을 받는 근로자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며 “노동개혁은 힘 없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혁”이라고 했다.
정부 역할은 민간 ‘측면 지원’
경제 원로들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에 따른 ‘인구 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노무현 정부)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이민도 대폭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정재룡 전 통계청장(김영삼 정부)은 “유럽 선진국들의 사례를 볼 때 재정 지원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 관료들을 내각에 중용하는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원로들은 한국이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고도성장에 성공했지만, 이는 더 이상 유효한 성공모델이 아니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노무현 정부)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2000년을 넘기지 못하고 끝난 것은 정부 주도의 경제계획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삼 정부 때 경제수석을 지낸 김인호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정부가 산업을 관장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장원리로 돌아가는 것이 개혁의 핵심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전 부총리(문재인 정부)는 “기술 발달로 승자독식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추격형 경제구조에서 선도자적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술·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사령탑이었던 유일호 전 부총리는 “정부만 따라오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정책 결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추진 과정에서 다방면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이른바 ‘정치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