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된장공장 허물고 세운 회사
<너의 이름은> 배경된 시골 주변
시계 만들다 글로벌 IT기업으로
초소형 부품 설계한 장인정신
작년 영업익 1조 육박

지난 23일 스와시에 자리잡은 글로벌 IT기업인 세이코엡손(엡손) 본사를 찾았다. 이날 비가 내리면서 도시 한복판 스와호수서 뿜어낸 안개가 본사 건물을 덮었다.
스와시 엡손 본사 한켠에는 회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노즈쿠리 박물관'(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모노즈쿠리는 장인정신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박물관에는 세이코엡손 장인정신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1950년 처음 만든 시계부터, 1960년대 만든 프린터 등이 제작 연도별로 전시돼 있다.

이 지역 경제를 북돋기 위해 세워진 엡손은 세이코 시계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 회사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IT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세이코 시계는 이 대회의 육상, 수영대회 등 타이머로 사용됐다. 엡손은 대회 기록을 인쇄하기 위해 프린터를 개발했다.

미세한 시계 부품을 제조하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효율, 초소형, 초정밀 기술이 진화해 나갔다. 각종 프린터 제품과 프로젝터, 산업용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83년에는 휴대용 컬러텔레비전을 만든 데 이어 초소형 로봇, 스마트 안경 등도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외곽 시골 회사는 급성장했다. 세이코엡손의 2022년 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303억엔(약 13조1700억원), 951억엔(약 9410억원)을 거뒀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프린터로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8%에 달했다. 그 뒤를 프로젝터(16.2%), 시계 및 산업용로봇 등(16%)이 이었다.
하지만 장인정신에 기반한 이 회사의 고민도 있다. 최근 종이문서를 출력하지 않는 '페이퍼리스' 문화가 빠르게 퍼지면서 이 회사의 프린터 사업 기반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엡손은 대응책에 골몰하고 있다.
내일 오전 9시 르포②로 이어서…
스와(일본)=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