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티기 어렵다"…누적 손실 10조 넘은 e커머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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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야놀자·위메프 등 국내 대표 e커머스
누적 손실 10조 넘었다
누적 손실 10조 넘었다
쿠팡, 컬리, SSG닷컴, 야놀자 등 국내 주요 e커머스 업체의 결손금이 작년 말 기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손금은 손실이 누적되면서 까먹은 순자산으로, 흑자를 내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메꾸지 못하면 해당 기업은 존속이 어려워진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e커머스 기업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순손실을 낸 8개 업체의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총 10조7708억원에 달했다. 쿠팡이 5조98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컬리 2조645억원 △티몬 1조2644억원 △위메프 6576억원 △SSG닷컴 2898억원 △야놀자 2367억원 △메쉬코리아 1773억원 △버킷플레이스 981억원 순이었다.
이는 이들이 지금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자본잉여금)과 맞먹는 액수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투자금을 거의 다 소진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위축되면서 e커머스 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돈도 뚝 끊겼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e커머스 업체가 유치한 자금(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은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넘게 급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 기간 몸집을 키우는 데만 골몰했던 대다수 e커머스 기업들에 결손금이 시한폭탄으로 떠 올랐다”며 “일부 업체는 적자 지속과 자금 조달 실패로 연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SSG닷컴, 11번가, 위메프 등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네이버 제외) 중 지난해 순이익을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작년 첫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연결 기준)한 쿠팡을 뺀 3곳의 순손실은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e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는데도 업체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결과다. 쿠팡이 먼저 도입해 성과를 낸 이른바 ‘계획된 적자’ 모델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투자업계 돈줄까지 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로 성장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은 -3.6%에서 8.9%로 급반등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어선 뒤 3년째 20%대 중반에서 정체돼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상당수 e커머스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이미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거리 두기 해제와 고물가로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926만 명으로 작년 4월보다 11.9% 줄었다.
업계 간판 자리를 지켰던 업체들도 투자금 조달 실패와 적자 누적에 줄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배달 대행 업계 매출 1위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지난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되면서 파산을 겨우 면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월 160만 방문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다.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됐던 오늘회는 작년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일부 e커머스 업체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새벽 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SSG닷컴도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 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29일 e커머스 기업들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순손실을 낸 8개 업체의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총 10조7708억원에 달했다. 쿠팡이 5조982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컬리 2조645억원 △티몬 1조2644억원 △위메프 6576억원 △SSG닷컴 2898억원 △야놀자 2367억원 △메쉬코리아 1773억원 △버킷플레이스 981억원 순이었다.
이는 이들이 지금까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투자금(자본잉여금)과 맞먹는 액수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투자금을 거의 다 소진했다는 의미다.
◆올해 e커머스 투자액 90% 급감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예상되는 쿠팡을 뺀 7곳의 결손금은 연말에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는 게 투자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지출 대비 전자상거래 비율)은 엔데믹 등의 요인으로 26.7%에 머물러 전년보다 0.1%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 온라인 침투율이 3%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위축되면서 e커머스 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돈도 뚝 끊겼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e커머스 업체가 유치한 자금(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은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넘게 급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 기간 몸집을 키우는 데만 골몰했던 대다수 e커머스 기업들에 결손금이 시한폭탄으로 떠 올랐다”며 “일부 업체는 적자 지속과 자금 조달 실패로 연내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SSG닷컴, 11번가, 위메프 등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기업(네이버 제외) 중 지난해 순이익을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작년 첫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연결 기준)한 쿠팡을 뺀 3곳의 순손실은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e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는데도 업체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한 결과다. 쿠팡이 먼저 도입해 성과를 낸 이른바 ‘계획된 적자’ 모델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투자업계 돈줄까지 말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투자로 성장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한다.
◆더는 안 먹히는 ‘계획된 적자’
코로나 기간 가팔랐던 국내 e커머스 시장 성장세는 작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끝나가자 소비자들이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유통업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반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출은 -3.6%에서 8.9%로 급반등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e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인 ‘온라인 침투율’은 2019년 처음 20%를 넘어선 뒤 3년째 20%대 중반에서 정체돼 있다.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상당수 e커머스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컬리, SSG닷컴, 롯데온 등은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과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출혈 투자를 해왔다.
그렇게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와 축적된 고객 데이터가 종국엔 수익으로 연결되리라고 본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이미 과점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전체 파이가 다시 급격히 커지지 않는 한 압도적으로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배달 플랫폼 업체들도 거리 두기 해제와 고물가로 올해 들어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926만 명으로 작년 4월보다 11.9% 줄었다.
◆업계 1위도 돈줄 막혀 파산 위기
이 와중에 경기침체로 투자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주요 e커머스 업체들마저 투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식품 새벽 배송 1위인 마켓컬리가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2월엔 오아시스도 상장을 철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걷히면서 기대했던 만큼 몸값을 받을 수 없게 된 게 상장 철회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SSG닷컴과 11번가도 각각 지난해와 올해 상장을 예고하며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지만, 업계에선 두 업체 모두 연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업계 간판 자리를 지켰던 업체들도 투자금 조달 실패와 적자 누적에 줄줄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배달 대행 업계 매출 1위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작년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지난 4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되면서 파산을 겨우 면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로 월 160만 방문자를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오늘회(오늘식탁)는 사실상 서비스 중단 상태다. 투자 유치가 불발되면서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까지 연체됐던 오늘회는 작년 9월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일부 e커머스 업체는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달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새벽 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SSG닷컴도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 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