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석학들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가 1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석학들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정부 부채가 누적된 거품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하면 실질금리가 크게 상승해 정부부채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이 ‘팬데믹 이후의 정책과제’를 주제로 연 국제 콘퍼런스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담하면서다.

이 총재는 “정부부채 거품 상황에서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코첼라코타 교수의 발표에 대해 정부부채 위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경우에도 재정정책에 의존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재정정책은)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을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구조적 장기침체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열린 일본은행 콘퍼런스에서 “구조적인 문제는 통화·재정정책보다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사전트 교수와 코첼라코타 교수는 대담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첼라코타 교수는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다시 (Fed 목표치인) 2% 내외에서 안정될 것으로 믿게 하려면 그냥 기다릴 시점이 아니다”며 “현시점에서 올바른 질문은 올릴지 말지가 아니라 0.25%포인트 인상인지, 0.50%포인트 인상인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트 교수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며 ‘1%포인트 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앙은행 역할이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총재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할 때 소득불평등 문제를 고려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코첼라코타 교수는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답했다. 사전트 교수는 “21세기 들어 중앙은행은 과거에 금기시하던 자산 매입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적 충격에 관한 정책 대응에서 정부와 중앙은행, 의회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