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사태가 4년 만의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특히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디지털 분야 규제는 마치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역임한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대니엘 소콜 교수가 국가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필요한 이유와 불필요한 규제의 기준은 무엇인지 분석한 글을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프로세스,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실리콘 밸리, 방갈로르, 텔아비브, 싱가포르와 같은 기술 친화적인 지역만큼 혁신적일까? 미국 유니콘 기업 창업자들을 많이 배출한 대학의 순위를 살펴보면, 이스라엘 인도 중국 캐나다 대학 출신이 많다.
유니콘 기업 창업자를 배출한 각국의 대학. 일야 스트레불래프 미 스탠포드대 교수 연구자료 캡처.
유니콘 기업 창업자를 배출한 각국의 대학. 일야 스트레불래프 미 스탠포드대 교수 연구자료 캡처.
반면 한국의 대학은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기술혁신 창업 문화를 선도하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국내에서보다 실리콘 밸리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뛰어난 한국인 창업자나 투자자를 만나기가 더 쉬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고품질 특허 만드는 스타트업 생태계

한국은 국제 정치와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인구절벽의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국가 경쟁력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친화적인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 혁신 사업의 성공은 자금과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요구한다. 제조, 규제 대응, 마케팅 및 유통과 같은 이른바 ‘보완적 자산(Complementary assets)’은 회사의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기초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혁신 스타트업 기업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에 혁신을 가속화하고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핵심적인 보완 자산도 갖추어야 한다.

벤처캐피털(VC)이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경제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스타트업은 전통적 기업의 프로세스 혁신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트업은 빠른 시간 내에 높은 가치를 창출하지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때로는 보완적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업에 인수되기도 한다. 혁신의 성과를 특허 활동과 품질개선으로 측정한 연구에 따르면, VC 투자 금액의 가치는 전통적인 기업의 연구개발(R&D)에 사용되는 금액보다 거의 3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VC 자금은 1983년부터 1992년까지 전체 미국 기업 R&D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특허의 약 8%를 설명한다고 추정됐다. 또한 VC가 투자한 기업이 ‘고품질’ 특허를 보유할 가능성이 일반 기업들에 비해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최근 연구도 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기술 친화적 지역과는 행보가 반대다.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혁신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도입도 마찬가지였다. 이 법안은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강화했지만,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스타트업의 혁신을 감소시키는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그런데도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혁신을 중요시하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유럽은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

디지털 규제 늘리면 EU처럼 쇠퇴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더욱 심각한 문제는 EU가 자신의 경쟁 규제 모델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브뤼셀 효과’라고 부르는데, EU가 규제를 만들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EU 규제 담당자들은 DMA의 영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DMA를 홍보하기 위해 출장을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치적인 압력에 따라 디지털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공정거래법이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법제화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분석에 근거한 적절한 규제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왜 한국은 유럽에서 실험조차 되지 않은 새로운 규제 구조를 도입하려고 할까? 이런 규제는 한국의 혁신을 방해하고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규제를 추진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해야 한다. 첫째, 규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둘째, 규제가 필요한 특정 행태가 무엇인지. 셋째, 규제의 내용과 비용 대비 효용이 무엇인지. 이러한 사항이 명확하지 않다면 규제는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 시장의 변화는 빠르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급속한 도입은 전 세계 어떤 규제 당국의 예상을 벗어났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투자가 줄어들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쇠퇴할 것이다. 따라서 규제 도입 시 정부는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혁신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투자 유치를 통해 끊임없는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나라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 체제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환경의 스타트업과 혁신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 정부는 기득권 보호에 노력하기보다는 스타트업과 혁신의 중심지로 성장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에 미치는 규제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규제 도입 시 법적 정당성과 경제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다.
어설픈 규제는 어떻게 스타트업 혁신 생태계를 파괴하는가 [긱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사진 왼쪽), 대니엘 소콜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법학·경영대학원 교수 공저

대니엘 소콜(D. Daniel Sokol) 교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Carolyn Craig Franklin 법학과 학과장이자 Gould 로스쿨·Marshall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다. 디지털 경쟁 연구실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반독점, 기업법, 지배구조, 규정준수, 데이터 보호, 기업가정신, 혁신, 플랫폼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전 교수는 창업 경험이 있는 교수로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15대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역임하고 윤민창의투자재단 사외이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문가 모니터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정책, 플랫폼 전략, 디지털 콘텐츠 및 비즈니스 모델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