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디페 메인 스폰서 참여
"10대에서 아이폰에 밀리면 끝"
지난 2~4일 과천 서울랜드에서 열린 국내 대표 EDM(전자음악) 축제 ‘2023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대 젊은이들로 가득찬 이 축제를 찾은 60대가 있었다. 강봉구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이다. 1962년생으로 60세를 넘은 강 부사장은 3일 내내 직접 ‘월디페’ 행사장을 찾았다.
강 부사장은 “젊은이들 틈바구니에 아저씨들은 나와 임원진 셋 밖에 없더라”며 “‘딸 찾으러 온 아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MZ세대가 모이는 가장 ‘핫’한 장소를 경험해봐야 한단 생각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가 MZ세대 ‘인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갤럭시 브랜드에 씌워진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는 ‘월디페’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메인 스테이지 옆에 부스를 차렸다. 부스엔 ‘100배 줌’ 기능으로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불리는 갤럭시S23 울트라 제품도 비치됐다.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100여m 밖 무대에서 벌어지는 디제잉 퍼포먼스를 촬영해볼 수 있었다.
월디페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엔 캐주얼 말차 전문 브랜드 ‘슈퍼말차’와 합작해 한정판 갤럭시 모델인 ‘갤럭시S23 슈퍼말차 피크닉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다. 1000대 한정 수량으로 출시해 사전 예약 12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올해 초엔 서울 성수, 홍대, 연남 일대에 갤럭시S23 시리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열기도 했다.
임원까지 직접 나서며 갤럭시가 MZ세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10대 고객’이다. MZ세대 마케팅에서 밀리면, 10대들이 소비능력을 갖추게 됐을 때 갤럭시 브랜드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직까지 MZ세대 구간에서 갤럭시의 점유율은 아이폰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8~29세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 갤럭시가 44%, 애플 아이폰이 52%를 차지했다. 2021년보다도 갤럭시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 전년도엔 갤럭시가 39%, 아이폰이 52%였다. 1년 새 갤럭시 점유율이 높아진 이유는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 시리즈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18~29세 여성의 경우 2021년엔 32%에 그치던 갤럭시 점유율은 지난해 36%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지금의 10대가 향후 소비능력을 갖추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강 부사장은 “10대들은 부모님을 통해 처음 갤럭시를 접하고, 그러다보니 갤럭시가 ‘부모님 세대 스마트폰’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며 “그 이미지를 타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