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5년…'고객가치 경영' 토대 구축에 LG그룹 시총 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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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취임 5주년…'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성장동력은 AI·바이오·클린테크…"일희일비 말고 근본적 경쟁력 높여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2018년 40세의 나이에 그룹 경영을 맡게 된 구 회장은 '고객 가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그룹 시가총액을 3배로 늘리는 등 안정적으로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 등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진화하는 '고객가치'…임원급 인재 100여명 영입
25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크게 '고객 가치'와 '미래 준비'로 나눌 수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한층 구체화한 고객 가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2020년에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작년에는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올해는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각각 언급했다.
구 회장은 작년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 가치와 미래 준비의 두 축을 토대로 인재 영입과 차세대 리더 발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3M 해외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포함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LG로 영입한 임원급 인재는 100여명에 달한다.
특히 LG AI연구원에는 2020년 세계적인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최고AI과학자(CSAI) 영입 이후 글로벌 석학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114명의 신임 상무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했다.
아울러 4대 그룹 상장사 중 처음으로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 전문경영인(이정애 사장·박애리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2018년 말 29명이던 여성 임원 숫자는 올해 6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 5년새 그룹 시총 3배로 '껑충'…AI·바이오·클린테크 투자 강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LG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 취임일인 2018년 6월 29일 기준 88조1천억원(우선주·LX그룹 제외)에서 지난 12일 257조5천억원으로 약 3배로 늘어났다.
이는 구 회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해 온 성과로 평가된다.
2019년에는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2021년에는 LG전자가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 투자로 이어졌다.
그 결과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 주요 계열사 7곳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에서 8조2천200억원으로 77.4%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전장(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잔고가 1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LG는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ABC' 분야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 AI연구원이 2021년 말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현재 6천억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천만장을 학습했다.
LG화학은 최근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가동하고, 올해 1월 미국 아베오를 인수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 클린테크 분야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 "일희일비 말고 근본적 경쟁력 높여야"
구 회장은 지주회사 대표로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계열사 CEO는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하도록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 왔다.
조용하고 실용을 추구하는 스타일상 취임 후 조직 안정과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하며 다른 총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취임 5주년을 맞은 만큼 앞으로는 대외 공개 행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다른 총수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활발히 하고 있다.
물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와 전장 등 성장 사업은 여전히 추가 투자와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AI와 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만큼 LG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해 미래 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반적으로 실용주의를 토대로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면, 앞으로는 구 회장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복합 위기 대처 방안을 드라이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래 성장동력은 AI·바이오·클린테크…"일희일비 말고 근본적 경쟁력 높여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로 취임 5주년을 맞는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2018년 40세의 나이에 그룹 경영을 맡게 된 구 회장은 '고객 가치'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그룹 시가총액을 3배로 늘리는 등 안정적으로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사업 등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진화하는 '고객가치'…임원급 인재 100여명 영입
25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경영 키워드는 크게 '고객 가치'와 '미래 준비'로 나눌 수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첫 신년사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제시한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한층 구체화한 고객 가치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2020년에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작년에는 한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올해는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만드는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각각 언급했다.
구 회장은 작년 9월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미래 준비는 첫째도 둘째도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객 가치와 미래 준비의 두 축을 토대로 인재 영입과 차세대 리더 발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3M 해외사업을 이끌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을 포함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LG로 영입한 임원급 인재는 100여명에 달한다.
특히 LG AI연구원에는 2020년 세계적인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최고AI과학자(CSAI) 영입 이후 글로벌 석학의 합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114명의 신임 상무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이 92%를 차지했다.
아울러 4대 그룹 상장사 중 처음으로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 전문경영인(이정애 사장·박애리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2018년 말 29명이던 여성 임원 숫자는 올해 6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 5년새 그룹 시총 3배로 '껑충'…AI·바이오·클린테크 투자 강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LG그룹 시가총액 규모는 구 회장 취임일인 2018년 6월 29일 기준 88조1천억원(우선주·LX그룹 제외)에서 지난 12일 257조5천억원으로 약 3배로 늘어났다.
이는 구 회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해 온 성과로 평가된다.
2019년에는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을, 2020년에는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2021년에는 LG전자가 1995년 LG정보통신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을 철수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 사업 투자로 이어졌다.
그 결과 ㈜LG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 주요 계열사 7곳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천억원에서 8조2천200억원으로 77.4%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전장(VS)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워 전장 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 분야 수주잔고가 1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한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TV 시장의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LG는 미래 자동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ABC' 분야 등 미래시장 창출을 위해 5년간 54조원의 국내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 AI연구원이 2021년 말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은 현재 6천억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천만장을 학습했다.
LG화학은 최근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태스크포스(TF)' 조직을 가동하고, 올해 1월 미국 아베오를 인수하는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 클린테크 분야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 "일희일비 말고 근본적 경쟁력 높여야"
구 회장은 지주회사 대표로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계열사 CEO는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하도록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해 왔다.
조용하고 실용을 추구하는 스타일상 취임 후 조직 안정과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하며 다른 총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에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취임 5주년을 맞은 만큼 앞으로는 대외 공개 행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다른 총수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 동행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활발히 하고 있다.
물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복합 위기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와 전장 등 성장 사업은 여전히 추가 투자와 수익성 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AI와 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만큼 LG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객을 향한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말을 인용해 미래 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반적으로 실용주의를 토대로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면, 앞으로는 구 회장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복합 위기 대처 방안을 드라이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