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25일(현지시간)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지출을 줄이는 긴축 재정정책을 펼 것을 권고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BIS는 이날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높였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고 있지만 이는 공급망 회복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것도 지적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변동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근원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했거나 심지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3.3%로 하락했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은 3.9%로 높은 수준이다.

BIS는 “역사적으로 가장 집중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각국 금리는 대중과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금리 인상이 누증된 부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영국 국채 및 연기금 위기와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을 언급하며 “이미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BIS는 각국 정부가 재정을 건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S는 “정부의 재정적자가 일부 축소됐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며 “긴축 재정이 물가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로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에도 경고했다. 고령화와 기후 변화에 따른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20년 안에 선진국의 고령화 관련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2050년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0%에 이를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지출이 GDP 대비 2% 더 늘어나면 부채비율은 250% 이상으로 치솟는다. BIS는 “공공 재정이 취약해지면 국가의 위기대응 능력이 약해진다는 점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