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7일 오후 5시 27분

"AI 혁신으로 개인 맞춤형 투자 솔루션 확대될 것"
“앞으로 탄소 크레디트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옵션 가격을 구하는 방정식 ‘블랙-숄스 모형’을 창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이런 숄스 미국 스탠퍼드대 비즈니스대학원 석좌교수(사진)는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CFA협회가 주최한 특별 대담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숄스 교수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투자 경향 속에서 탄소 크레디트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밝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향후 15년 동안 1조달러(약 1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탄소 크레디트는 기업 등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을 계량화해 인증기관 검증을 거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주로 기업들이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데 사용한다. 현재 중국(3곳), 중동(1곳) 등 일부 국가에선 관련 거래소도 설립돼 있다.

숄스 교수는 “ESG 시대를 맞아 탄소 크레디트는 포트폴리오 구성 때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석탄·석유 생산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라는 요구가 많지만 이렇게 해서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해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환경을 중시하는 투자자도 석탄·석유 생산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 크레디트 시장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숄스 교수는 “탄소 크레디트의 정의가 아직은 모호하다는 점을 활용해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이 있다”며 “향후 법적, 회계적 규정 등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문제가 서서히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 발명으로 인한 인공지능(AI) 혁신에 대해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개인 맞춤형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더 많은 정보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와 솔루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인덱스펀드가 등장하면서 액티브펀드 매니저의 대량 해고를 불러왔듯이 기술 발전으로 화이트칼라는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의 위협 요인에 대해서는 “국가 간 협업이 줄어 국제 정치가 극단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세계의 초입에 들어와 있다”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숄스 교수는 “지구 온난화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적도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온난화를 피해 북쪽으로 이주하면서 오는 혼란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숄스 교수가 창시한 ‘블랙-숄스 모형’은 파생금융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 기준을 제공한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이 모형은 헤지펀드나 금융기관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