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최고가 기록한 카카오…'슈퍼 엘니뇨'에 더 오른다 [원자재 포커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황 부진·수요 증가에 올해 40% 올라
엘니뇨·EU 규제에 "생산량 8% 더 줄어"
초콜렛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미리 사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초콜렛 주 원료인 카카오 생산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강력한 수요, 전 세계적인 생산량 부족, 세계 최대 재배지역인 서아프리카의 기상 악화로 카카오 가격이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카카오콩 선물은 톤당 2857파운드(약 470만원)에 거래됐다. 카카오콩 선물 가격은 1977년 톤당 2594파운드 이래 4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38% 가량 올랐다. 카카오 가격이 오른 것은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의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비료가 비싸지자, 현지 농부들이 비료 사용을 줄였다. 이는 카카오 콩 크기가 작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카카오기구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콩의 100g당 수확량은 120개(개당 0.83g)로 수출업체들이 선호하는 100g당 80~100개(개당 1~1.25g)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4일 기준 세계 최대 카카오콩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원두 출하량은 210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4.8%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도 카카오 가격을 끌어올렸다. 국제카카오기구는 오는 9월30일에 끝나는 수확기 동안 전 세계 카카오 수요가 생산량을 14만2000t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초콜릿 수요의 척도로 평가되는 코코아 분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콜렛 상품 가격도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미국 초콜렛 캔디 단위 당 가격은 2021년 이후 21% 이상 올랐다. 네덜란드 초콜릿 제조업체인 '토니스초코론리'의 파스칼 발투센 운영책임자는 "(카카오콩 가격 인상이) 수익성 측면에서 초콜릿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올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 엘니뇨'도 카카오 가격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서아프리카 지역 강수량이 줄어 가뭄에 시달리고 수확량이 감소한다.
가나의 한 카카오 마케팅 회사 대표인 푸아므 모하메드 아부바카르는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원두 생산량은 다음 수확기에 최대 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설탕, 커피 등 초콜렛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초콜렛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도 카카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U는 삼림 벌채 혹은 황폐화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만 수입하도록 하는 삼림벌채 파생상품 규제를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EU에 △카카오 △팜유 △목재 △커피 등 상품을 유통·수출하는 모든 기업은 공급망 내에서 삼림벌채 실사를 수행해야 하고, 그 생산 과정을 위정 이미지, GPS 좌표 등을 통해 추적받게 된다.
코트디부아르-가나 카카오 이니셔티브의 알렉스 아산보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규정을 포괄적으로 준수하고 있음을 증명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회사도 코코아를 삼림 벌채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엘니뇨·EU 규제에 "생산량 8% 더 줄어"
초콜렛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미리 사두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초콜렛 주 원료인 카카오 생산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강력한 수요, 전 세계적인 생산량 부족, 세계 최대 재배지역인 서아프리카의 기상 악화로 카카오 가격이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카카오콩 선물은 톤당 2857파운드(약 470만원)에 거래됐다. 카카오콩 선물 가격은 1977년 톤당 2594파운드 이래 4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38% 가량 올랐다. 카카오 가격이 오른 것은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의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비료가 비싸지자, 현지 농부들이 비료 사용을 줄였다. 이는 카카오 콩 크기가 작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카카오기구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콩의 100g당 수확량은 120개(개당 0.83g)로 수출업체들이 선호하는 100g당 80~100개(개당 1~1.25g)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4일 기준 세계 최대 카카오콩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원두 출하량은 210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4.8%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요도 카카오 가격을 끌어올렸다. 국제카카오기구는 오는 9월30일에 끝나는 수확기 동안 전 세계 카카오 수요가 생산량을 14만2000t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초콜릿 수요의 척도로 평가되는 코코아 분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초콜렛 상품 가격도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미국 초콜렛 캔디 단위 당 가격은 2021년 이후 21% 이상 올랐다. 네덜란드 초콜릿 제조업체인 '토니스초코론리'의 파스칼 발투센 운영책임자는 "(카카오콩 가격 인상이) 수익성 측면에서 초콜릿 제조업체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올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 엘니뇨'도 카카오 가격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는 상황이 3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서아프리카 지역 강수량이 줄어 가뭄에 시달리고 수확량이 감소한다.
가나의 한 카카오 마케팅 회사 대표인 푸아므 모하메드 아부바카르는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원두 생산량은 다음 수확기에 최대 8%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설탕, 커피 등 초콜렛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해 초콜렛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도 카카오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EU는 삼림 벌채 혹은 황폐화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만 수입하도록 하는 삼림벌채 파생상품 규제를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EU에 △카카오 △팜유 △목재 △커피 등 상품을 유통·수출하는 모든 기업은 공급망 내에서 삼림벌채 실사를 수행해야 하고, 그 생산 과정을 위정 이미지, GPS 좌표 등을 통해 추적받게 된다.
코트디부아르-가나 카카오 이니셔티브의 알렉스 아산보 사무국장은 "기업들이 새로운 규정을 포괄적으로 준수하고 있음을 증명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회사도 코코아를 삼림 벌채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