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스케치.사진=이솔 기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스케치.사진=이솔 기자
"걱정이네요. 얼마나 깎일지요."

올들어 삼성전자 직원들은 걱정이 컸다.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성과급이 대폭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들의 근심이 특히 컸다. 이들은 매년 월 기본급의 100% 성과급을 챙기면서 타사업부는 물론 다른 회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성과급 쇼크'에 직면한 것이다. 작년 상반기 월 기본급의 100%에 달했던 상반기 성과급 규모가 올해는 25%로 대폭 깎였다.

삼성전자는 5일 오후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DS부문의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으로 월 기본급의 25%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TAI는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사업부별 목표 달성 여부를 감안해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등을 고려해 사업 부문과 사업부에 각각 A~D등급을 매기고 있다. A등급은 50%, B등급 25%, C등급 12.5%, D등급은 0%다. 직원들은 소속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받게 된다.

DS부문은 TAI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줄곧 최고치인 ‘월 기본급 100%’ 받아왔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는 50%로 깎였고 이번에 재차 25%로 다시 내려갔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성과급 쇼크는 최악의 실적에서 비롯했다. DS부문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로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 14년 만의 적자다.

다른 사업부문의 성과급 사정은 DS보다 좋았다. 의료기기부문 TAI 지급률은 75%로 결정됐다. 경영지원부문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경험)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50%로 설정됐다. 생활가전(DA)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는 25%다. 이날 공지된 TAI는 7일 지급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는 크게 TAI와 연 1회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나뉜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목표를 초과했을 때 개인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 올해 DS부문의 OPI도 부진할 전망이다.

부진한 상반기를 보낸 삼성전자 DS부문은 하반기부터 서서히 터널에서 벗어나고는 있다. 내림세를 이어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0~5%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분기 D램 가격 하락률(13~18%)보다 낙폭이 줄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따라 가격 급락세가 주춤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최예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