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손발 묶인 새…유튜브, 플랫폼 이용자 다 빨아들인다
“토종 업체에만 가혹한 규제 탓에 유튜브와의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영상, 검색, 음악에 이어 쇼핑까지 사업을 넓힌 유튜브를 상대하는 게 버겁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들어 부쩍 강화된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중 상당수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해외 플랫폼엔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 플랫폼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저작권료 부담 없는 유튜브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업체 경영진은 정기적으로 만나 해외 플랫폼 규제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은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거나 의무 대상이 되지 않아 국내 플랫폼의 직·간접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유튜브 애플 등 해외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국내 시장을 뒤흔드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내 1위 음원 플랫폼인 멜론이 유튜브 뮤직에 추격당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튜브 뮤직은 음악저작물 사용료를 국내 플랫폼보다 적게 내면서 유튜브 구독과 결합한 ‘끼워 팔기’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을 따르지 않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신탁단체와 별도 계약을 맺는다. 운영 비용과 각종 수수료 등을 제외한 ‘순매출’을 기준으로 저작권료를 정산한다. 반면 국내 음원 플랫폼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에 따라 ‘총매출’ 기준으로 저작권 사용료를 산출한다.

이런 차이는 마케팅 비용 차이로 이어진다. 멜론 등 국내 플랫폼은 무료·할인 프로모션 기간에 발생하는 저작권료를 모두 플랫폼이 부담하는데, 해외 플랫폼은 이런 마케팅 비용을 모두 제외한 뒤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애플 뮤직이 ‘처음 가입 시 6개월 무료 이용’ 등 파격적인 혜택을 자주 주는 것도 저작권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멜론은 1만400원 이용권을 100원에 팔아도 1만400원의 매출이 잡힌 것으로 계산해 해당 저작권료를 모두 낸다.

동영상에 음악 서비스 끼워 팔기

‘끼워 팔기’가 가능한 것도 유튜브 뮤직에 이용자가 몰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유튜브는 동영상 프리미엄 이용권을 구매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한다. 유튜브 동영상 프리미엄 이용자라면 별도의 비용을 들여 다른 음악 앱을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엔 강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해외는 풀어주다 보니 수익성은 물론 시장 점유율까지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국내 음원 플랫폼은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앱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멜론이 670만6890명으로 1위, 유튜브뮤직이 569만4705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유튜브 뮤직은 가입자가 119만7000여 명 늘었지만 멜론은 77만2000여 명 줄었다. 멜론이 가까스로 1위는 지켰지만 1~2년 내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돈을 버는 해외 플랫폼이 세금을 해외에 낸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2020년만 해도 구글은 국내에서 5조~6조원을 벌었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97억원에 그쳤다. 구글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수수료를 통한 앱 마켓 매출이 싱가포르의 구글아시아퍼시픽 매출로 집계되면서 이는 국내 매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해 네이버가 5조3041억원 매출을 내고 492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것과 대조적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는 국내에서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납부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술력 확보나 투자에 투입할 자금에서 차이가 생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