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제 곡물가가 다소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과 튀르키예의 노력으로 흑해 곡물 협정이 예정된 기한인 7월17일보다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8월에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흑해 곡물 협장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러시아산 식량 및 비료 수출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흑해 항구를 봉쇄하며 세계 시장에서 곡물값이 급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로 체결됐다.

지난해 7월 체결 이후 총 2번 더 연장됐으며 이때마다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역을 맡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는 17일 만료 기한 이후로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푸틴 대통령 전날 러시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다른 국가들이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러시아가 흑해 곡물 거래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러시아가 협상 파기에 나선 이유는 국제 결제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농업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면서 결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와의 곡물 및 비료 거래를 위해 SWIFT 재가입을 요청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러시아 농업은행의 SWIFT 재가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곡물 수출 정상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