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파산의 시대 오나…전세계 '부실채권·대출' 745조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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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파산, 2008년 금융 위기후 두번째로 많아"
미국 하이일드채권·레버리지론 3조달러 규모
무디스 "투기등급 기업 채무불이행률, 내년 5.1% 전망"
미국 하이일드채권·레버리지론 3조달러 규모
무디스 "투기등급 기업 채무불이행률, 내년 5.1% 전망"
전 세계 기업들의 부실자산 규모가 700조원이 넘어서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 시대 기업들이 늘린 부채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부실채권 및 대출 규모가 5900억달러(747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실 채권은 미국 국채와 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10%포인트(1000bp) 이상인 채권을 말한다.
기업 파산을 담당하는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의 리처드 쿠퍼 파트너는 "기업의 파산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 대유행 초기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많은 기업이 디폴트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에서는 빈 사무실이 늘면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도 있지만, 실제 파산한 기업이 늘면서 사무실이 비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S&P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론 규모는 2021년 3조달러로 2008년 이후 두배 이상 커졌다.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고위험 고수익의 채권을 말한다. 레버리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기업 자산을 담보로 일으킨 대출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정크본드 판매가 2021년에만 4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비금융 기업 부채비율은 작년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1.3%에 달한다. 전세계 기업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저금리를 유지하던 시절 돈을 쉽게 빌려 쓰며 부실자산을 키웠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수년간 제로(0)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펼치다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올렸다. Fed는 1년 3개월 만인 지난달 금리 인상을 멈췄다. 돈을 갚아야하는 기업들이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Fed는 이달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이런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기준 금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기업의 신용 경색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 건전성이 낮은 일부 기업이 필연적으로 디폴트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Fed가 더 오래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이미 미국에서만 120개 이상의 대형 기업이 파산했다.
게다가 유럽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성장이 올해들어 둔화하고 있어 기업의 디폴트 위험을 키우고 있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중국의 경제가 둔화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광범위한 '디폴트 사이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PwC의 부실 자산 담당자인 칼라 메튜스는 "부실 채권 문제는 고무밴드와 같다"며 "어느 정도 탄력성을 유지하다가 뚝 끊어지는 지점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전 세계 투기 등급 기업의 채무불이행률이 6월 말 기준 3.8%에서 내년 5.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2008~2009년 당시보다 높은 수준인 13.7%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기업의 디폴트 규모가 늘어나면 은행들은 대출을 더 제한하게 된다. 이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경제는 기업의 차입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엔 Fed가 우려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하면서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 국채와 BB등급 회사채 간 스프레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있던 3월 중순 3.66%포인트로 커졌다가 이후 2%로 줄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