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데"…'어린이보험' 이름 못 쓴다
3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에 '어린이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금지된다. 환급률이 100%를 넘는 단기납 종신보험도 사라진다. 금융당국이 "불합리한 보험상품 개발·판매로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되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판매를 금지하면서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어린이보험, 운전자보험, 단기납 종신보험의 상품구조 개선을 위한 감독행정을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우선 최대 가입연령이 15세를 초과하는 상품에 '어린이(자녀) 보험' 등 소비자 오인 소지가 있는 상품명을 붙이는 게 제한된다.

금감원은 여러 보험사가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최대 35세까지 확대하면서 어린이 특화 상품에 성인이 가입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 판매가 심화됐다고 판단했다. 어린이가 겪을 확률이 희박한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 성인질환 담보를 탑재하면서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환급률이 높게 설계하는 것도 금지된다. 앞으로는 납입완료시 환급률은 100%를 넘으면 안 되고, 납입종료 후 설계사에게 장기유지보너스를 지급할 수도 없다.

종신보험은 사망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인데도 최근 일선에선 단기납 상품이 저축성 보험처럼 팔려 왔다. 설계사들은 "가입해서 5년가량 보험료를 내면 최대 111%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보험사들은 올해 신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실적 지표로 활용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기 위해 설계사에게 보상을 지급하며 판매를 늘려 왔다. 이같은 영업이 과열되면 납입종료 이후 가입자들의 해지 급증으로 보험업계 전반이 오히려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무·저해지 보험에 지나치게 높은 해지율을 적용하는 것도 금지할 예정이다. 여러 보험사가 높은 해지율을 적용한 건 회계상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해지율이 높으면 보험료가 낮아지는데, 이를 통해 가입자를 많이 끌어모을 수록 CSM이 높아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실제 해지율이 낮을 경우 보험금 지급이 예상보다 증가해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운전자보험의 보험기간도 최대 20년으로 제한된다. 현재 일부 보험상품은 보험기간을 최대 100세로 운영하고 있다. 운전이 어려운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보험료만 부담하고 실제 보장은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부당 승환 우려도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보험상품 판매 중지로 인해 절판마케팅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