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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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 직구(직접 구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보다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싼값에 구할 수 있는 데다 배송도 빨라 올해 들어 20·30대 젊은 직구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자 한·중을 오가는 전용 고속선을 띄우기로 했다.

○고속선까지 띄운 알리바바

韓직구 폭증…'3일 배송' 고속선 띄운 알리바바
19일 유통업계와 중국 언론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는 한국과 중국 간 전자상거래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일 전용 고속선을 운항하기로 했다. 신설 노선에는 주당 6척의 여객 화물선을 투입한다.

척당 평균 운송량은 200여FEU다. 라면 상자 600개가 들어가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200개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크기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항과 옌타이항을 출발하면 평균 13시간 만에 한국 평택항에 도착한다.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고속선 운항이 시작되면 중국에서 출발한 물건을 3일 안에 한국 전역으로 배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물류업체 관계자는 “중국 직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e커머스 업체가 해외 배송을 위해 전용선을 띄운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알리바바가 전용 고속선을 운영하기로 한 것은 올해 들어 한국 고객의 중국 직구가 급증하면서 배송이 늦어지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냐오는 작년 3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첫 물류센터(1500㎡ 규모)를 열고, 웨이하이항에서 한국 수도권 배송지까지 평균 5일 안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물류량이 폭증해 대거 배송이 지연되는 바람에 고객들의 민원이 많아지고 있다.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인천 신항, 평택항, 인천국제공항 등 주요 항만·공항에서 통관을 대기 중인 해외 직구 물량은 약 65만 건에 달한다. 통관이 지연되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 발송조차 못 한 물량도 약 7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2020년 3069만 건이던 중국산 직구 물량이 올해 600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국가별 직구 점유율(금액 기준)도 작년에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직구 부작용도 늘어

2018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익스프레스는 5일 배송 서비스와 방대한 상품군, 1000원짜리 상품까지 공짜 배송해주는 전략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올렸다. 2020년 건수 기준으로 점유율이 16.0%였는데, 2021년 21.9%, 2022년 26.6%로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 11월엔 국내에 고객센터를 개설하고 무료 반품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고 중국에서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직구 시장 성장의 이면에는 ‘짝퉁’(가짜 상품)이라는 그림자도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2022년 중국에서 들여온 짝퉁은 총 1조9210억원어치에 달했다. 중국 직구 플랫폼, SNS를 이용한 마약 밀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직구 붐은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선 중국 직구 물량이 급증하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면세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