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봇모빌리티는 신차·중고차 판매부터 보험, 정비, 세차,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2016년 본컨설팅네트웍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뒤 B2B(기업 간 거래)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자동차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슈퍼 앱'이 되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 자동차 기업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첫 오프로더 차량 '그레나디어'를 수입, 판매하는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를 만나 회사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한 뒤 관리하고, 판매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는 영국 정통 오프로더 '그레나디어'를 수입·판매하는 이유 역시 종합 자동차 플랫폼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빌리티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이란 표현을 썼다. 자동차 구매·관리·판매 등 운전자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강 대표는 자동차 구매도 앞으로 디지털(온라인)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으로 차량을 사는 경험을 주려면 상품과 서비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례적으로 수입차를 들여와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차량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을 컨트롤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레나디어는 사전 계약부터 이미 많은 분들이 관심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차봇모빌리티는 해외 시장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투자 유치(시리즈C) 작업이 마무리되면 해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한국의 헤이딜러와 같은 '중고차 역경매' 방식의 사업을 하기 위해 미국 업체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 등도 고려하고 있다는 게 강 대표의 말이다.

그는 "차봇은 그동안 딜러들과 함께 자동차 보험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오며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면서 슈퍼 앱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자동차 종합 서비스를 추구하는데 장단점이 있을 거 같습니다.
A. 저희는 B2B 기반으로 안정된 매출을 내면서 시장을 선점해 가는 방식을 썼습니다. 금융, 보험 사업을 먼저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신차, 중고차, 정비와 같은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했죠. 마지막으로 플랫폼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고요.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Q. 그레나디어라는 오프로더 차량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A. 저희 전시장이 오는 4일 오픈합니다. 성수 '대림창고' 카페 바로 오른쪽에 있고요. 지금 마무리 인테리어를 하는 중입니다. 1층은 쇼룸이고, 2층은 라운지도 있고 다양한 전시를 하려고 해요. 3층은 사무실이에요. 또 뒤쪽에 한 200평 정도의 공간을 마련해 정비, 수리, 판금, 도색 등이 가능한 서비스센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Q. 차량 가격에 관심이 많을 거 같습니다.
A. 여러 가지 환율 조건이나 이런 것을 토대로 가격을 정하고, 본사와 정책적인 부분도 맞춰야 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환율이 많이 올라갔는데, 초기 때 영국에서 판매했던 가격이 약 8500만원 정도였어요. 영국에서도 현재 9000만원 후반대로 판매되고 있어, 한국 판매가는 1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모습. 차봇모빌리티 제공
Q. 사전 판매를 시작하셨는데, 언제쯤 정식 판매가 될까요?
A. 대략 다음달 정도면 가능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차량 인도는 빠르면 올해 안에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요. 9월부터는 정식 가격도 책정될 거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차량 엔트리 모델부터 옵션까지 다 선택해 실제 계약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Q. 스타트업인 차봇모빌리티가 신차 판매까지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A. 저희는 단순하게 차를 들여와서 판매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게 아닙니다. 운전자들의 경험을 변화시켜 주고 싶은 거죠. 디지털화 경험을 주고 싶고요. 차를 구매한 고객이 저희 B2C 플랫폼을 이용해 관리하면서 차를 살 때부터 팔 때까지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신차, 중고차, 정비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그 성공 지표들을 하나씩 만들어 왔고요.
차봇 앱 서비스 화면
차봇 앱 서비스 화면
Q. 차량 구매도 앞으로 점점 디지털화할 것으로 보고 계신 거죠?
A. 다이렉트 보험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인식 변화가 생기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저희가 다이렉트 상품으로 중개 서비스를 하면 '이게 뭐예요, 이거 안 해요. 저 그냥 오프라인 할게요'라는 고객이 많았죠. 그런데 소비자 인식이 생기니까 이제는 다이렉트 상품이 당연한 게 됐죠. 자동차 판매도 비슷할 거라고 봅니다. 저희는 오토 리테일 쪽에 초점을 두면서 '슈퍼 앱'을 지향하고 있죠.

Q. 직원은 몇 명 정도인가요?
A. 현재 170명 정도인데 계속 채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매우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사업을 확대하면서 인원이 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Q. 누적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나요?
A. 2020년에 시리즈A 투자 유치로 25억을 받았고요. 1년 정도 지나서 시리즈B 투자로 81억원을 유치했습니다. 따라서 누적 투자는 106억원 수준이고요. 현재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입니다.

Q.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지난해 매출은 220억원 정도였고,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저희가 2020년에는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는데, 사업 확장으로 투자가 이뤄지면서 작년과 재작년에는 약간의 손실이 있었습니다.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Q. 차봇만의 차별화한 서비스도 있을까요.
A. 저희가 차량 관련 데이터 회사와 협업해 '인공지능(AI) 사고 수리 견적'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이게 원래는 B2B로 보험사에서 가격 책정하는 도구로 사용되던 건데 B2C로 적용한 거죠. 차량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어디에 도색이 필요하고, 공임비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Q. 쇼핑몰 사업도 하고 있던데요.
A. 차량 관련 제품을 주로 판매하긴 하지만, 꼭 자동차와 관련된 용품만 판매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제품을 팔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 어떤 것을 많이 구매했고, 또 어떤 고객이 만족을 했고 그런 데이터를 계속 수치화하면서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상품을 만들어내려고 하고요. 결국은 운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려는 것입니다.

Q. 해외 진출 계획도 갖고 있나요?
A. 저희가 이번 시리즈C 투자 유치를 하면서 해외 진출 전략들을 세우고 있어요. 현지 다양한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출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 관련 혁신을 할 수 있을 거 같고요. 미국에서는 한국의 헤이딜러 같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역경매 중고차 서비스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거 같고요. 이와 관련해 미국 스타트업과 많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M&A를 통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도 있고요. 동남아시아 같은 곳은 디지털(온라인) 쇼룸 전략을 적용해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 등 금융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사업이 많이 있거든요. 내년에 CES에 나가 저희 사업과 서비스를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강성근 차봇모빌리티 대표
Q. 창업 전에 폭스바겐에서 딜러로 일하면서 판매왕이었다고 들었습니다.
A. 사실 '딜러를 하다가 창업했다기보다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 딜러를 했다'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창업에 대한 열망이 계속 있었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습니다. 거기서 자동차 문화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죠. 한국에 돌아온 뒤 창업을 하고 싶은데 제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여러 책을 보니까 '영업이 꽃'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딜러 생활을 경험해 보기로 하고 폭스바겐에 간 거죠. 2013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딜러로 일했는데요. 2014년부터 매년 100대 이상씩 팔았어요.

Q. 판매왕이 된 비결이 있을까요?
A. 비결이라기보다는 저는 각각의 고객에게 집중했던 거 같아요. 이미 차에 대해서는 고객들도 많이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아무리 좋다고 설명해봐야 크게 의미가 없었고, 그분들이 왜 이 차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미 전달이 중요한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결혼하시는 분이면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차가 왜 필요한지 그런 설명을 했죠. 나이가 있으신 분들한테는 거기에 맞게 안전성 등을 강조하기도 하고요. 또 다른 곳에도 가보시라고, 비교해 보시라고 했어요. 제가 항상 다 맞고 좋다고 말하지는 않았죠. 오히려 그게 진정성으로 다가갔던 거 같아요.

Q.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앞서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결단을 한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고,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결국 저희 서비스가 한국 자동차 문화나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으려면 우리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고 봤죠. 우리가 뭔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생긴 거죠. 엑시트(투자 회수) 전략으로는 매각을 하거나 아니면 기업공개(IPO)를 하는 게 있을 건데요. 매각은 저희가 생각하는 지속성 있는 서비스를 만들기 쉽지 않을 거라고 봤어요. 결국 저희는 IPO 전략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요. 2025~2027년께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커진다면 2027년에는 매출 3000억원 수준에 영업이익 20% 정도를 낸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