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부(국민순자산)가 2경원을 넘어섰다. 금융순자산과 비금융자산이 모두 늘어나 11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주택시가총액이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하면서 가계부문 자산은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2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순자산은 441조원 증가한 2경380조원을 기록했다. 국민순자산은 가계, 비영리단체, 일반정부, 비금융법인, 금융법인이 보유한 금융순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과 건물 및 토지 등 비금융자산을 더해 집계한다. 금융순자산이 978조원으로 전년 대비 165조원 증가했고, 비금융자산은 1경9403조원으로 276조원 늘었다. 국민순자산은 2011년 1경원을 넘어선 데 이어 11년 만에 2경원을 돌파했다. 다만 지난해 증가율은 2.2%에 그쳐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일반정부, 금융법인, 비금융법인 순자산이 각각 134조원, 21조원, 603조원 증가한 데 비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317조원 줄어든 여파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산은 2021년 1경1554조원에서 작년 1경1236조원으로 줄었다. 2008년 부문별 순자산을 집계한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가계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자산 비중이 절반을 넘는 주택자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주거용건물과 주거용건물부속토지 자산을 더해 계산하는 주택시가총액은 지난해 6209조원으로 2021년 6551조원에서 342조원(-5.2%) 감소했다. 주택시총 감소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32조원) 후 처음이다. 감소폭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5년 후 가장 컸다.

한국의 가구당 순자산은 5억2071만원으로 전년 5억4301만원에 비해 4.1% 줄어들었다. 이를 작년 시장환율(달러당 1291원)로 환산하면 40만3000달러다. 미국(111만1000달러)과 호주(99만9000달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캐나다(71만4000달러), 영국(61만5000달러), 프랑스(55만7000달러), 일본(49만2000달러)보다도 적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문 국민순자산 규모는 2021년 기준 세계 11위 수준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