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핫 종목 - 롯데정밀화학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정밀화학은 1964년 한국비료공업으로 시작해 시대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온 화학 기업이다. 오늘날 반도체 현상액 원료 세계 1위, 식물성 캡슐 원료 세계 1위, 암모니아 유통량 동북아 1위, 방수페인트 주원료인 에피클로로히드린(ECH) 국내 1위 등 스페셜티(특정 분야에 쓰이는 화학제품) 화학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그린 소재 관련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ESG 투자자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화학 기업

롯데정밀화학은 시장 수요에 맞춰 변화하고 그때마다 회사가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1960년대에는 비료 회사로,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정밀화학 분야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 삼성그룹에서 인수, 삼성정밀화학이 됐다. 1990년대에는 친환경 건축용 첨가제인 메셀로스 사업을 키우기 시작했다. 또 삼성의 지원 아래 반도체 현상액과 ECH 시장에 뛰어들며 전자재료로 영역을 넓혔다. 회사가 첨단 화학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식물성 의약용 코팅제 ‘애니코트’를 개발하며 화학 스페셜티 업체로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했다. 의약용 캡슐, 코팅 원료가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대체되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투자한 결과였다. 2021년에는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ESG 투자 시대에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린 소재로 ESG 매력

일반적 중화학업체들은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화학주가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이유기도 하다. 스페셜티 화학업체들은 수익이 다각화되어 있고,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일반적이다. 화학 소재별로 사업 부문이 다각화되어 있어 한 부문의 이익을 다른 부문이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건 단점이다.

롯데정밀화학은 크게 케미칼과 그린 소재 사업 부문으로 나뉜다. 소재별로 나누면 염소 계열, 암모니아 계열, 셀룰로스 계열로 구분할 수 있다. 케미칼 사업 부문 중 염소 계열은 ECH, 가성소다, 유록스(요소수로 국내 1위), 반도체 현상액(TMAC) 등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39.8%가 이 부문에서 나왔다. 비료에 쓰이는 암모니아 계열은 매출의 40.2%를 차지하며 여전히 비료 업체로서 명맥을 유지했다.

케미칼 사업 부문은 전방 산업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ECH 실적은 건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수요 침체 상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염소 계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린 소재 구조적 성장···인도 시장 수혜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건 그린 소재 사업 부문이다. 아직 지난해 기준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축·의약 소재(애니코트), 페인트 첨가제 등을 만든다. 2020년 매출 비중이 27.4%, 2021년 22.4% 등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반등의 기대는 높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린 소재는 롯데정밀화학 등 상위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데,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증설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이익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린 소재 가운데서도 식의약용 제품은 신규 진입이 어려운 만큼 구조적 성장에 따른 수혜를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도 매력적이다. 그린 소재 매출 비중은 20%대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3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 국내 화학산업의 경쟁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화학주 가운데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는 근거다.

인도 성장 수혜받는다

롯데정밀화학이 최근 급성장하는 인도 경제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린 소재 사업 부문 내 산업용 셀룰로스 계열 제품 덕분이다. 셀룰로스는 시멘트, 페인트, 세라믹 같은 건축재료와 결합해 물성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시멘트의 물성을 높이는 메셀로스와 페인트의 물성을 높이는 헤셀로스가 롯데정밀화학이 보유한 브랜드들이다. 물성을 높인다는 의미는 특정 건축 소재가 지닌 장점을 부각시킨다는 뜻이다. 페인트의 경우 윤활제나 안정제 등 기능을 한다. 첨가제는 첨단 화학 기술을 적용해 신흥국 시장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페인트 첨가제인 헤셀로스가 주목할 만한 소재다. 인도 시장에서 페인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헤셀로스 수요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도의 페인트 1위 업체인 아시안 페인트가 공격적으로 증설하는 등 인도 내 페인트 생산설비는 2025년 기준 올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에서 헤셀로스 판매량이 늘고 있으며, 2024년 하반기에는 국내 여수 공장에서 헤셀로스 1만 톤 증설까지 가동을 시작하면서 수혜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전망은

롯데정밀화학은 올해 들어 20% 넘게 상승했다. 1년 내 최고가까지는 10%가량을 남겨둔 상황이다. 주가에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뒤섞이면서 주가 흐름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건설 업황 부진에 따른 ECH 관련 실적 부진, 가성소다의 가격 하락 등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었다.

그린 소재 구조적 성장···인도 시장 수혜도


반면 업황 악화가 충분히 반영된 상황에서 주가 하단을 지지하고, 그린 소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장의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회사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셜티 제품 증설이 본격적인 반영을 앞두고 있다”며 “내년 1분기 반도체 현상액 원료인 TMAC 1만 톤 증설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TMAC만 봐도 공급이 부족해 마진율이 20%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목표 주가도 반등했다. 3개월 전 7만6000원이던 목표 주가 평균은 8만6000원까지 올라섰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9만원을 제시했다. 가장 낮은 목표 주가는 삼성증권이 제시한 7만2000원이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 수준이다. 3개월 전 4.7배보다 높아졌다. 가장 낮은 목표 주가를 제시한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ECH와 가성소다의 시황 약세가 아직 이어지고 있고, 그린 소재의 주요 원재료인 펄프 수입 가격이 최근 급등해 수익성 부담이 있다”며 “주요 제품의 시황이 개선되면 투자 의견을 상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한국경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