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탐구-숨은 1인치] '캐니스터' 국내 유일 생산하는 코리아에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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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스터는 자동차 연료 탱크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탄화수소)를 숯 성분의 활성탄으로 흡착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도록 하는 친환경 장치다. 흡착된 유해가스는 엔진 작동 시 공기와 함께 다시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대부분 연소된다. 국내에서 캐니스터를 만들 수 있는 제조사는 코리아에프티가 유일하다.
코스닥 상장사인 코리아에프티는 최근 정부 국책과제로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e-Fuel)용 캐니스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퓨얼 차량은 탄소배출이 없어 전기차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24일 경기 안성 본사에서 만난 오원석 코리아에프티 회장(사진)은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는 이퓨얼 차량이 상용화되면 한국은 자동차 선진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에프티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이다. 캐니스터를 비롯해 필러넥(연료 주입구), 햇빛 가리개, 각종 내외장재를 국산화했다. 코리아에프티의 연 매출은 지난해 5610억 원. 2015년 3000억 원을 넘은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6000억 원 이상이다.
코리아에프티 안성 본사에는 극한의 온도 및 내구성 등을 점검하는 고가의 자동차 부품 시험 장비가 즐비하다.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의 역량이 집중된 곳이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 인증기관(UTAC)이 이곳에서 검사한 장비를 그대로 인정해줄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캐니스터 시장에서 코리아에프티는 9%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4위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코리아에프티 제품에 100% 의존하고 있다. 폭스바겐, GM, 포르셰, 볼보 등 세계적인 완성차업체에도 수출한다. 코리아에프티가 카본 재질의 캐니스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건 1987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환경법규(LEV-Ⅲ)도 충족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캐니스터도 생산한다. 오 회장은 “모든 종류의 엔진에 맞는 캐니스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일본업체 한 곳과 코리아에프티밖에 없다”며 "30여 년간 단 한 번의 리콜이 없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에프티가 1993년에 두 번째로 국산화한 제품은 캐니스터와 연결되는 필러넥이다. 금속제품이 일반적이었던 필러넥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원가절감과 경량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당시 이탈리아 부품업체의 의뢰로 국내 대기업이 4~5년간 매달려도 성공하지 못했으나, 코리아에프티는 2년 만에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코리아에프티는 휘발유가 투과하지 못하도록 플라스틱에 나노 물질을 섞은 제품으로 국제 특허까지 받았다. 고급 차량용 햇빛 가리개도 코리아에프티가 해외 특허 장벽을 피해 독자 기술로 개발, 수입 대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의 또 다른 성장비결은 세계경영이다. 20년 전부터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매출을 극대화했다.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내수시장을 벗어나지 못할 때였다.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 인도, 폴란드, 슬로바키아, 미국 등 5곳이다. 국내에도 안성과 경주에 4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의 수출 비중은 70%가 넘는다. 오 회장은 “해외에 법인이 있으면 현지 기업을 뚫는 데 도움이 되고 수출 물류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깨지고 있는 요즘은 현지 거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1984년 코리아에어텍(코리아에프티의 전신)을 창업하기 전 대우그룹에서 해외플랜트 영업을 담당했다.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이다. 그는 “수많은 국가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세계경영의 중요성에 눈뜨게 됐다”며 “부품 조달 측면에서 분초를 다투는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특성이 강한 자동차 산업은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 생산기지를 여럿 두고 있지만 자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오 회장의 철칙이기도 하다. 현지 법인장의 권한과 책임을 흔들면 조직이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내달 코리아에프티는 휴대용 모니터 제품(VIM)을 내놓는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까지 염두에 둔 제품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모니터와 달리 첨단 광학렌즈로 설계돼 화면의 왜곡이나 어지럼증 없이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시청 환경과 깨끗한 화질이 장점으로 꼽힌다. 오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미래를 위한 개발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새 영역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관련 부품도 개발 중이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급속한 전기차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오 회장은 지적한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이사장을 역임했고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이사장이기도 한 오 회장은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 중국 주도의 전기차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면 국내 자동산 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이퓨얼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등이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이정선 중기선임기자
코스닥 상장사인 코리아에프티는 최근 정부 국책과제로 탄소중립 연료 이퓨얼(e-Fuel)용 캐니스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퓨얼 차량은 탄소배출이 없어 전기차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24일 경기 안성 본사에서 만난 오원석 코리아에프티 회장(사진)은 “내연기관과 큰 차이가 없는 이퓨얼 차량이 상용화되면 한국은 자동차 선진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부품 잇따라 국산화
코리아에프티는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이다. 캐니스터를 비롯해 필러넥(연료 주입구), 햇빛 가리개, 각종 내외장재를 국산화했다. 코리아에프티의 연 매출은 지난해 5610억 원. 2015년 3000억 원을 넘은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6000억 원 이상이다.
코리아에프티 안성 본사에는 극한의 온도 및 내구성 등을 점검하는 고가의 자동차 부품 시험 장비가 즐비하다.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R&D)의 역량이 집중된 곳이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 인증기관(UTAC)이 이곳에서 검사한 장비를 그대로 인정해줄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캐니스터 시장에서 코리아에프티는 9%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4위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는 코리아에프티 제품에 100% 의존하고 있다. 폭스바겐, GM, 포르셰, 볼보 등 세계적인 완성차업체에도 수출한다. 코리아에프티가 카본 재질의 캐니스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건 1987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환경법규(LEV-Ⅲ)도 충족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캐니스터도 생산한다. 오 회장은 “모든 종류의 엔진에 맞는 캐니스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일본업체 한 곳과 코리아에프티밖에 없다”며 "30여 년간 단 한 번의 리콜이 없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아에프티가 1993년에 두 번째로 국산화한 제품은 캐니스터와 연결되는 필러넥이다. 금속제품이 일반적이었던 필러넥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원가절감과 경량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당시 이탈리아 부품업체의 의뢰로 국내 대기업이 4~5년간 매달려도 성공하지 못했으나, 코리아에프티는 2년 만에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코리아에프티는 휘발유가 투과하지 못하도록 플라스틱에 나노 물질을 섞은 제품으로 국제 특허까지 받았다. 고급 차량용 햇빛 가리개도 코리아에프티가 해외 특허 장벽을 피해 독자 기술로 개발, 수입 대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우중 밑에서 배운 ’세계경영‘
코리아에프티의 또 다른 성장비결은 세계경영이다. 20년 전부터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매출을 극대화했다. 부품업체들이 대부분 내수시장을 벗어나지 못할 때였다. 해외 생산기지는 중국, 인도, 폴란드, 슬로바키아, 미국 등 5곳이다. 국내에도 안성과 경주에 4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의 수출 비중은 70%가 넘는다. 오 회장은 “해외에 법인이 있으면 현지 기업을 뚫는 데 도움이 되고 수출 물류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깨지고 있는 요즘은 현지 거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 회장은 1984년 코리아에어텍(코리아에프티의 전신)을 창업하기 전 대우그룹에서 해외플랜트 영업을 담당했다.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세계경영을 진두지휘하던 시절이다. 그는 “수많은 국가를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세계경영의 중요성에 눈뜨게 됐다”며 “부품 조달 측면에서 분초를 다투는 ’저스트인타임(just in time)‘ 특성이 강한 자동차 산업은 해외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에 생산기지를 여럿 두고 있지만 자주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오 회장의 철칙이기도 하다. 현지 법인장의 권한과 책임을 흔들면 조직이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첫 B2C 제품 휴대용 모니터 출시
내달 코리아에프티는 휴대용 모니터 제품(VIM)을 내놓는다.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까지 염두에 둔 제품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모니터와 달리 첨단 광학렌즈로 설계돼 화면의 왜곡이나 어지럼증 없이 영화관에서 보는 듯한 시청 환경과 깨끗한 화질이 장점으로 꼽힌다. 오 회장은 “인공지능(AI) 등 미래를 위한 개발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새 영역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관련 부품도 개발 중이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의 급속한 전기차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오 회장은 지적한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KAP) 이사장을 역임했고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이사장이기도 한 오 회장은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 중국 주도의 전기차 시장에 무분별하게 뛰어들면 국내 자동산 산업의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이퓨얼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등이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이정선 중기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