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엔비디아, 퀄컴,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용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현대자동차, 테슬라 같은 자동차 기업들도 자율주행 칩 자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 기술이 자동차에서 선박, 항공기, 로봇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30년 290억달러(약 37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7조 자율주행칩 시장…반·차 합종연횡 시동

韓 팹리스들도 출사표

23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용 반도체 시장은 2019년 110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 290억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자율주행용 반도체는 자동차 등 모빌리티 전반에 장착돼 서버, 센서 등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을 뜻한다.

대표적인 자율주행용 칩 개발사로는 모빌아이가 꼽힌다. 이 회사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2017년 인텔에 인수됐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선두주자로,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칩 ‘아이큐(EyeQ)’를 개발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나 자동차 1차 부품사에 공급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라이다 센서에 기반한 자율주행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미국의 암바렐라는 모빌아이에 버금가는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용 칩을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알려져 있다.

중국 기업도 자율주행 칩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자율주행 칩 팹리스 헤이즈마는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하이차, 지리차, 니오 등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와 텐센트 등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 업체 중엔 텔레칩스, 넥스트칩 등이 자율주행 칩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퀄컴도 車 업체와 협업 강화

퀄컴 등 세계적인 팹리스들도 자율주행 칩 사업에 적극적이다. 퀄컴은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렉스’ 칩을 공개했다. ADA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을 한 칩에 넣은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지난해 4월엔 스웨덴의 자율주행 전문 기업 비오니어를 45억달러(약 5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납품 실적도 쌓고 있다. 1월 퀄컴은 현대모비스에 자율주행 칩을 공급하고 소프트웨어(SW)를 함께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칩과 SW로 구성된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테슬라 등과 달리 자율주행 기술·데이터 확보에 뒤처진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주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자율주행 플랫폼을 벤츠, 볼보 등에 공급 중이다. 내년엔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 2025년부터는 재규어랜드로버에도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납품할 계획이다.

TSMC, 車 본고장 독일에 공장

자율주행 칩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문을 받아 칩을 제작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의 일감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기존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8㎚, 5㎚에 이어 자율주행 칩 전용 4㎚ 공정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테슬라, 암바렐라 등이 4㎚ 공정의 고객사 후보군으로 꼽힌다. TSMC는 자율주행 칩의 최종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들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 독일 드레스덴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