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 중국 기가팩토리 상하이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시승차엔 20인치 휠이 달렸다. /사진=백수전 기자
경기도 파주의 율곡 이이 유적지인 자운서원 앞에 주차한 테슬라 모델Y RWD(후륜구동). 중국 기가팩토리 상하이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시승차엔 20인치 휠이 달렸다. /사진=백수전 기자
“테슬라 마감이 이렇게 좋을 리가 없는데, 이 차 ‘중국산 짝퉁’ 아닌가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포스코타워. 테슬라코리아 본사가 있는 이 건물 지하에 하얀색 차 한 대가 주차돼 있습니다. 테슬라의 중형 SUV 모델Y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테슬라 차량은 등장만으로 이목을 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제 모델Y는 서울 시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차입니다. 이 차량은 지난 1분기 전기차 최초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람 기자’가 테슬라코리아 본사에 오전부터 들이닥친 건 이 모델Y가 그저 그런 차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산 테슬라’입니다.

지난 14일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상하이에서 생산한 모델Y 후륜구동(RWD)을 5699만원에 국내 출시했습니다. 테슬라코리아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국고+지자체)과 할인 혜택 등을 적용할 경우 실구매가격은 4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집니다. 국토부는 정확한 보조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테슬라 모델Y RWD의 앞,뒷좌석과 트렁크 문을 열었다. 5인승 SUV로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백수전 기자
테슬라 모델Y RWD의 앞,뒷좌석과 트렁크 문을 열었다. 5인승 SUV로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다. 4인 가족이 넉넉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백수전 기자

중국산 테슬라, 초반 흥행 성공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모델Y RWD는 출시 며칠 만에 사전 예약 1만대를 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9월 현대차 전기 세단 아이오닉6 출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입니다.

중국산 테슬라의 초기 뜨거운 반응 속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우선 ‘중국산 자동차’ 품질에 대한 대중의 불신입니다. 최근 한·중 간의 갈등도 중국 제품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일으켰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모델3 등 나머지 모델의 한국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일부 소비자의 ‘반중 정서’는 테슬라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테슬라의 중국 공장인 기가팩토리 상하이 직원들이 조립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차이나
테슬라의 중국 공장인 기가팩토리 상하이 직원들이 조립 라인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차이나
민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제품으로 경쟁하는 것입니다. ‘중국산 꼬리표’를 붙인다 한들,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이 뛰어나면 소비자의 마음은 바뀔 수 있겠지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아이폰을 놓고 누구도 중국산이라고 깎아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중국산 테슬라는 한국 시장에서 초반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까요.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테슬람이 간다]가 나섰습니다. 국내 언론 처음으로 모델Y RWD를 1박 2일 시승했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서 출발해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거쳐 파주 임진각까지 달렸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모델Y RWD. /사진=백수전 기자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모델Y RWD. /사진=백수전 기자

안개등 없고, 초음파센서도 빠져

모델Y는 SUV입니다. 한눈에도 세단인 모델3보다 훨씬 큽니다. 이 차의 제원은 △길이 4750㎜ △너비 1920㎜ △높이 1625㎜ △축거 2890㎜입니다. 공차중량은 1910㎏입니다. 시트 구성은 5인승으로 최대 2158L의 적재 공간을 갖췄습니다. 트렁크 공간은 7인승 모델X보다도 넓습니다. 뒷좌석을 접으면 두 사람 정도 ‘차박’은 거뜬합니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고 1회 충전 시 최대 350㎞(한국 인증 기준)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운전자에겐 다소 아쉬운 거리입니다. 최고 출력 220kW 단일모터로 최고속도 217km/h까지 냅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6.9초. 2편에서 설명하겠지만 전기차치곤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성능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5.2초로 알려졌습니다.
모델Y RWD의 운전석 모습. 대시 보드가 기존 플라스틱에서 우드 트림으로 바뀌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운전석 모습. 대시 보드가 기존 플라스틱에서 우드 트림으로 바뀌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뒷좌석 모습.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천장의 글라스루프는 개방감이 탁월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볕은 부담스럽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뒷좌석 모습.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넉넉하다. 천장의 글라스루프는 개방감이 탁월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볕은 부담스럽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는 얼핏 보기엔 기존 미국산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다른 점이 하나둘 드러납니다. 우선 앞 범퍼 하단의 안개등이 빠졌습니다. 올해 국내 들어온 미국산 모델Y와 모델X처럼 차량 내 초음파센서(ultrasonic sensors)도 사라졌습니다.

이 센서는 주행 중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주차 중 가까운 물체를 감지하는 데 사용됩니다. 기존 테슬라 차량엔 12개의 초음파센서가 달려 있었습니다. 대신 카메라가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차 중에 ‘삐~’하는 경고음은 나지만 크게 믿음직스럽진 않습니다.

문을 열면 우드 트림의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존 플라스틱 소재보단 낫지만 크게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닙니다. 뒷좌석 유리가 앞좌석처럼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로 바뀌었습니다. 차량 실내 정숙성을 향상하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모델Y RWD의 조립 품질은 기존 테슬라 차량보다 상당히 개선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공장과 직원들을 칭찬한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모델Y RWD의 조립 품질은 기존 테슬라 차량보다 상당히 개선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공장과 직원들을 칭찬한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사진=백수전 기자

“조립 품질 상당히 좋아졌다”

테슬라 차량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조롱받는 것 중 하나는 조립 품질입니다. 초창기 모델S나 모델3는 양산차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조립 불량과 단차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오죽하면 차주 커뮤니티에서조차 ‘테슬라는 원래 그렇게 타는 차’라고 포기할 정도였습니다. 한 번 인수를 거부하면 이후 인도에 몇 달이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조립 품질이 최근 많이 나아졌지만, 기존 완성차에 비해 여전히 뒤처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가상하이에서 만든 모델Y RWD는 단차 문제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게 주된 평가입니다. 기자 역시 시승차 구석구석을 살펴봤지만 크게 거슬리는 부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테슬라 커뮤니티에선 “내가 알던 테슬라가 아니라 중국산 ‘테슬라 짝퉁’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품질 면에서 미국산보다 오히려 낫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0일 한국경제와 단독 인터뷰한 강 송 기가팩토리 상하이 대표는 중국산 테슬라의 품질을 자신했습니다. 그는 “기가상하이에서 생산한 테슬라 차량은 한국 외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유럽 등에 수출되고 있다”며 “엄격한 품질관리로 성능과 안전성을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기가상하이는 지난해 8월 100만번째 차량을 출고했습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