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근로자 사망했는데도 '조용'…당당한 코스트코의 '불통'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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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근로자 사망에 사과 없어
어린이집 의무 위반 과태료 내면서 "소명 불필요"
오폐수 방류 드러나도 '묵묵부답'
ESG 경영 외면하는 코스트코코리아
어린이집 의무 위반 과태료 내면서 "소명 불필요"
오폐수 방류 드러나도 '묵묵부답'
ESG 경영 외면하는 코스트코코리아
“우리는 코스트코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인권과 안전 및 존엄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글로벌 유통 기업인 코스트코가 자사 홈페이지에 적시한 ‘동반 성장을 위한 약속’ 중 하나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일하다 직원이 사망했는데 경영진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어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할 의무 시설로 지정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과태료 내고 말겠다는 곳이 코스트코코리아입니다”(한국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관계자)
한국 코스트코의 ‘불통(不通)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돈 베게’ 판매, 오·폐수 무단 방류, 카트 근로자 사망, 직장 어린이집 설치 규정 위반 등 수년간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시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5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의무 이행률은 91.5%에 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코스트코의 대응 방식이다. ‘사업장에서 제시한 미이행 사유’에 코스트코는 ‘소명 안 함’으로 기재돼 있다. 이 같은 무대응은 27개 미이행 사업장 중 코스트코가 유일하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의무 사업장으로 명시돼 있는데 컬리측은 ‘보육 수요 없음’으로 미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27개 사업장 중 10곳이 컬리처럼 해명했다. 이 밖에 7곳은 ‘설치 중’이라고 소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스트코코리아는 심사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줬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중 첫 번째가 ‘법률 준수’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코스트코가 강조하는 윤리 헌장의 제1 원칙을 위배한 셈이다. 한국 코스트코는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요구하는 대형유통업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019년 하남점을 개장할 때 당시 중소기업벤처부가 골목상권 침해, 지역 상생 등을 이유로 개점 연기를 권고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개점을 강행했다. 이에 정부는 하남점에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등 다른 국내 대형마트가 신규 점포를 개점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이 법률 저촉 여부다”며 “정부로선 코스트코가 국내법을 무시해도 행정조치 외에는 달리 압박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코스트코의 어린이집 미설치 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문두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ESG 경영의 한 축인 소셜(Social)은 지역 사회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쌓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코스트코의 ‘불통 경영’이 글로벌 코스트코의 ESG 활동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미국계 기업과 달리 코스트코는 사내에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직무를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코스트코 노조 관계자는 “언론사 등 외부에서 문의가 있을 경우 연락할 수 있는 곳으로 HR(휴먼 리소스)팀이 지정돼 있긴 한데 지금까지 어떤 언론사와도 소통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이 0.4%, 홈플러스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꽤 높은 편이다. 코스트코 미국 본사의 2022 회계연도 영업이익률(3.43%)과 비교해도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코스트코가 연간 지출하는 기부금은 영업이익의 0.6%(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 코스트코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 어디든 똑같은 형태의 매장을 짓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져온 높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표준화와 아웃소싱 파워가 코스트코의 경쟁력이다.
유통업계에선 한국 코스트코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외풍을 타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 등 국내 유통기업들에 대해 납품사에 대한 갑질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코스트코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정부 압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일하다 직원이 사망했는데 경영진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어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할 의무 시설로 지정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과태료 내고 말겠다는 곳이 코스트코코리아입니다”(한국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관계자)
한국 코스트코의 ‘불통(不通)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돈 베게’ 판매, 오·폐수 무단 방류, 카트 근로자 사망, 직장 어린이집 설치 규정 위반 등 수년간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하고도…“소명 불필요”
지난 5월 31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27개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한국 코스트코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 기준 상시 근로자 수가 706명이고, 상시 여성 근로자 수도 323명에 달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데도 이를 어긴 것이다.상시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5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의무 이행률은 91.5%에 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코스트코의 대응 방식이다. ‘사업장에서 제시한 미이행 사유’에 코스트코는 ‘소명 안 함’으로 기재돼 있다. 이 같은 무대응은 27개 미이행 사업장 중 코스트코가 유일하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도 의무 사업장으로 명시돼 있는데 컬리측은 ‘보육 수요 없음’으로 미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27개 사업장 중 10곳이 컬리처럼 해명했다. 이 밖에 7곳은 ‘설치 중’이라고 소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스트코코리아는 심사위원회에서 소명 기회를 줬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말뿐인 한국 코스트코의 ESG 경영
코스트코 본사는 ‘고객에게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는 그들의 미션(임무)을 설명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윤리 헌장(Code of Ethics) 다섯 가지를 명시했다.그 중 첫 번째가 ‘법률 준수’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코스트코가 강조하는 윤리 헌장의 제1 원칙을 위배한 셈이다. 한국 코스트코는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요구하는 대형유통업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2019년 하남점을 개장할 때 당시 중소기업벤처부가 골목상권 침해, 지역 상생 등을 이유로 개점 연기를 권고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개점을 강행했다. 이에 정부는 하남점에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등 다른 국내 대형마트가 신규 점포를 개점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이 법률 저촉 여부다”며 “정부로선 코스트코가 국내법을 무시해도 행정조치 외에는 달리 압박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코스트코의 어린이집 미설치 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문두철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ESG 경영의 한 축인 소셜(Social)은 지역 사회의 법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쌓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재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코스트코의 ‘불통 경영’이 글로벌 코스트코의 ESG 활동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미국계 기업과 달리 코스트코는 사내에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직무를 아예 두지 않고 있다. 코스트코 노조 관계자는 “언론사 등 외부에서 문의가 있을 경우 연락할 수 있는 곳으로 HR(휴먼 리소스)팀이 지정돼 있긴 한데 지금까지 어떤 언론사와도 소통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연간 기부금 12억원, 영업이익의 0.6%
코스트코는 1998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전국에 1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에 매출 5조5353억원, 영업이익 1941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3.5%에 달한다.지난해 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이 0.4%, 홈플러스는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꽤 높은 편이다. 코스트코 미국 본사의 2022 회계연도 영업이익률(3.43%)과 비교해도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코스트코가 연간 지출하는 기부금은 영업이익의 0.6%(지난해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 코스트코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코스트코는 전 세계 어디든 똑같은 형태의 매장을 짓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져온 높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표준화와 아웃소싱 파워가 코스트코의 경쟁력이다.
유통업계에선 한국 코스트코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 ‘외풍을 타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 등 국내 유통기업들에 대해 납품사에 대한 갑질 여부 등을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코스트코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정부 압력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