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호 대형마트’ 이마트 창동점 > 6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이마트 창동점에서 고객이 구입한 제품을 계산하고 있다. 1993년 개점한 이마트 창동점은 국내 첫 번째 대형마트다. 한국의 유통산업은 온갖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한 채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솔 기자
< ‘국내 1호 대형마트’ 이마트 창동점 > 6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이마트 창동점에서 고객이 구입한 제품을 계산하고 있다. 1993년 개점한 이마트 창동점은 국내 첫 번째 대형마트다. 한국의 유통산업은 온갖 규제에 막혀 성장하지 못한 채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솔 기자
국내 대형마트업계가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의 평균 매출은 경제 규모(국내총생산)가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칠레보다 적다.

오프라인 1위 업체인 이마트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0.1%에 불과했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1등 유통사가 1% 미만 이익률에 갇힌 곳은 한국 외에 찾아보기 어렵다. 1993년 서울 이마트 창동점이 국내 첫 번째 대형마트로 문을 연 뒤 30년이 흐른 지금, K유통의 냉정한 실상이다.

6일 딜로이트의 ‘2023 글로벌 소매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50개 소매업체 중 이마트, 롯데쇼핑 등 한국 기업 6곳의 평균 매출은 112억달러(2021 회계연도 기준)로 전체 평균(226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매출로 국가별 순위를 매겨보면 네덜란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이어 13위다. 조사 대상에 2개 유통기업이 포함된 칠레(12위·137억달러)보다 아래다.

지난해 매출이 30조원에 못 미친 이마트(29조원)의 성적을 각국 1위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미국 1위 업체 월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6112억달러(약 780조원)에 달했다. 독일 1위 슈바르츠그룹도 1541억유로(약 21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테스코(영국), 이온(일본) 등 상당수 1위 기업은 연 매출이 50조원을 웃돈다.

수익성을 비교해봐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2 회계연도 기준으로 월마트의 영업이익률은 4.4%, 국내 오프라인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 중 가장 높은 롯데쇼핑의 이익률은 그 절반인 2.4%에 불과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튜브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인공지능(AI)을 강화한 쇼핑을 앞세워 국내에 파죽지세로 몰려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환 한국유통학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가 유통산업 경쟁력에 대한 고려 없이 인플레이션 억제 등 분배에만 초점을 맞춰 시장 개입을 강화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