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신입생도 대학서 경제수업 처음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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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교육
(1) 99%가 외면하는 경제과목
전국 고교 중 과목 개설 27%뿐
수업 어렵고 입시에 불리 관심 뚝
경제 안배우고 사회 나가는 셈
"경제 문맹, 불완전판매 노출 쉬워"
(1) 99%가 외면하는 경제과목
전국 고교 중 과목 개설 27%뿐
수업 어렵고 입시에 불리 관심 뚝
경제 안배우고 사회 나가는 셈
"경제 문맹, 불완전판매 노출 쉬워"
“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경제학부에 네 명이 합격했는데 경제 과목을 들은 학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심상민 대일외국어고 경제 교사)
경제 교육이 외면받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고 경제 현상도 복잡해지고 있지만 교육은 따로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 문맹’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국 고교 1758개(특성화고·예술 계열 특목고 제외)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9년 기준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이 시작되는 2학년에 경제 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27.4%에 불과했다. 민 교수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등에 가지 않는 한 경제 교육은 고등학교가 마지막인데, 대부분 학생이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경제 교과서가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교사는 “다른 사회과목은 학생들이 교과서만 보고 공부해도 경제 과목은 <맨큐의 경제학> 등을 같이 보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8학년도부터는 경제가 수능 선택과목에서 제외될 전망이어서 경제 전문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교육개편이 경제교육지원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제교육지원법은 4조에서 ‘국가는 경제 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고, 5조에서는 ‘국민의 경제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합한 경제교육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청년재단이 지난해 20·30세대 청년 20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2명 중 1명은 무리한 대출 등을 통해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고교 때까지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제 지식은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권자들이 경제 지식이 부족하면 이를 제대로 여과해서 판단하지 못한다”며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제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이 수능에서 반드시 경제 과목에 응시하도록 해 경제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강진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경제 교육이 외면받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고 경제 현상도 복잡해지고 있지만 교육은 따로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 문맹’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과목 개설 고교 30% 밑돌아
9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경제 교육은 초·중학교에선 공통 과정인 ‘사회’ 과목을 통해, 고교에선 문·이과 공통 과정인 ‘통합사회’와 선택 과정인 ‘경제’ 과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사실상 고교 과정에서는 경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통합사회는 ‘경제 및 금융’ 관련 단원이 한 개밖에 없고, 경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응시율이 1%대에 그칠 정도로 수업을 듣는 학생 자체를 찾기 힘들다.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국 고교 1758개(특성화고·예술 계열 특목고 제외)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9년 기준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이 시작되는 2학년에 경제 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27.4%에 불과했다. 민 교수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등에 가지 않는 한 경제 교육은 고등학교가 마지막인데, 대부분 학생이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에 불리…교과서도 어려워
경제 과목이 학생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수능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심상민 교사는 “지난해 수능에서 4927명이 경제 과목에 응시했는데 1등급을 받으려면 상위 200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며 “경제 공부가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주로 성적 상위권 학생이 응시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은 섣불리 경제 과목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현행 경제 교과서가 학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 교사는 “다른 사회과목은 학생들이 교과서만 보고 공부해도 경제 과목은 <맨큐의 경제학> 등을 같이 보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8학년도부터는 경제가 수능 선택과목에서 제외될 전망이어서 경제 전문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교육개편이 경제교육지원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제교육지원법은 4조에서 ‘국가는 경제 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고, 5조에서는 ‘국민의 경제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적합한 경제교육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경제 알아야 포퓰리즘 정책 막아”
전문가들은 이대로 경제 교육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과 청년층도 금융 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무리한 투자, 불완전판매, 금융사기 등 경제 관련 각종 문제에 휘말리고 있다”고 말했다.청년재단이 지난해 20·30세대 청년 20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 2명 중 1명은 무리한 대출 등을 통해 투자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고교 때까지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제 지식은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라는 의견도 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유권자들이 경제 지식이 부족하면 이를 제대로 여과해서 판단하지 못한다”며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경제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이 수능에서 반드시 경제 과목에 응시하도록 해 경제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강진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