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넉달새 20조원 급증…가계빚 '경고등'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6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부터 넉 달 연속 증가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20조원가량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대외적으로 긴축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서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대신 주택 매수 늘었다

주담대 넉달새 20조원 급증…가계빚 '경고등'
9일 한은이 발표한 ‘7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7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430억원으로 6월 말보다 5조9553억원 증가했다. 6월(5조8296억원 증가)보다 1257억원 더 늘었다. 이는 2021년 9월(6조4000억원) 후 22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4월부터 넉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4월 2조2964억원, 5월 4조1557억원 등 증가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9636억원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 폭보다 컸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지난 넉 달간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19조9750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전세 자금보다 주택구입 자금 충당을 위한 대출이 늘었다. 한은은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했지만 매매 거래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자금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달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정책 자금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8월 이후에도 주택자금 수요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중 기타대출은 100억원 남짓 감소했다. 높은 대출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따른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더 커지는 가계부채 우려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2금융권 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4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넉 달 연속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이 부채 축소에 나서는 반면 한국은 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다. GDP보다 가계부채가 많은 3개국 중 하나다. 이 같은 가계부채 규모는 한국의 장기 성장률을 낮추는 등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고 있다. 7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 등은 향후 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고 소비와 경기 회복 및 시장 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필요시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일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7월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8조6835억원 증가했다.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7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증가폭이다. 대기업은 운전자금 수요 등이 증가하며 3조7625억원, 중소기업은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한 수요 등으로 4조9210억원 늘었다.

7월 은행수신은 23조955억원 감소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머니마켓펀드(MMF) 등 자산운용사 계정으로 대거 빠져나간 영향이다. 다만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를 중심으로 정기예금은 12조2522억원 증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