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에서 5조원 규모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첫 수주했다. 전기차 부품 수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10년 동안 쌓은 전기차 부품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폭스바겐에 전기차 핵심부품 첫 공급
현대모비스는 폭스바겐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번에 수주한 배터리시스템은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연간 50만 대씩 5년 이상 장기 계약에, 수주 금액은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모비스는 연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스페인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 인근에 신규 생산기지를 지어 배터리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공장 투자 규모는 2억유로(약 2800억원) 수준이다. 한국 중국 체코에 이어 미국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시스템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현대모비스는 이번 신규 공장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번 대규모 수주는 선제적인 투자와 현지 전담 영업조직을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친환경차 부품 전용 공장인 충주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전기차 핵심 부품 경쟁력을 쌓았다. 이 덕분에 해외 수주 금액이 매년 늘고 있다. 2021년 약 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원 수준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 품 안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추가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모비스의 다음 먹거리는 ‘자율주행’이다. 올해 초 세계적인 통신칩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퀄컴과 손잡고 레벨3 자율주행 통합제어기 개발에 나섰다.

김일규/배성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