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줄어드는 곡물 생산량…상승하는 대두 가격 [원자재 포커스]
대두 가격 2주 만에 최고치 찍어
흑해곡물협정 재개 난항에 가격 상승
폭염으로 인해 미국 내 생산량도 부진할 전망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 협정 재개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대두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내 대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대두 선물(9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027달러(0.22%) 오른 부셀(곡물 중량 단위·1 부셀은 27.2kg) 당 13.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부셀 당 13.8달러선을 넘기며 2주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대두박 가격도 전 거래일 대비 t당 7.5달러 오른 396.6달러에 장마감했다.
이상기후에 줄어드는 곡물 생산량…상승하는 대두 가격 [원자재 포커스]
시장에선 대두 관련 선물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곡물 수출 협정이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달 흑해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빼고 튀르키예, 카타르 등과 새로운 곡물협정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은 갈수록 좁아지는 중이다. 곡물 협정이 파기된 뒤 수출량은 이전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4주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량은 320만t을 기록했다. 협정이 유효했던 5월(440만t), 6월(480만t)에 비하면 60%가량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흑해 대신 다뉴브강 인근 항구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지만,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인해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철도를 활용한 육로 운송도 대책으로 떠올랐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데 5~6일가량이 걸린다.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대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와 내년 대두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USDA가 지난 주 발행한 세계농산물수급전망(WASDE)에 따르면 대두 수확량은 에이커(1에이커=0.004㎢)당 50.9부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달보다 1.1부셀 줄어든 수치다. 총 생산량은 9500만 부셀 줄어든 42억부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황이 부진한 것은 미국 내 폭염이 계속된 탓이다. 미국 기상청은 지난 20일 텍사스주, 루이지애나주 등 9개 주에 폭염 경보를 내렸고, 미주리주 등 8개 주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고기온이 41도를 넘기는 날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USDA 관계자는 "미국 대두 작황은 수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며 "내년 초까지 대두 생산량 전망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미의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도 생산량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곡물거래소(BCR)는 올해 강수 시기가 늦춰지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대두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년 대비 2200만t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대두 가격이 올 하반기에 부셀당 14달러선을 넘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전역에 폭염이 계속되면서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