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요"…5070 신중년들 이곳에 푹 빠졌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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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 소셜 커뮤니티 '시놀', 어르신 이용자 늘린 비법
최근 시니어 세대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주요 업종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프라인 주요 업종과 온라인, 배달업종에서 50세 이상 시니어의 매출액 증가율이 17%로 2040대(11%)를 앞질렀습니다. 5060대 이상의 '액티브 시니어'가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시장 크기에 비해 시니어 대상 서비스가 부족한 분야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및 데이팅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2021년 기준 세계 데이팅 앱 시장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7800억원)에 달합니다. 국내에서도 시니어 커뮤니티 및 데이팅 앱 시장을 노린 스타트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놀이 그런 기업입니다. 김민지 시놀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김 대표는 연쇄 창업자다. 방문 PT(퍼스널 트레이닝) 서비스업체인 후케어스코리아를 설립했고 올해 3월 시놀을 또 창업했다. 창업 전 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니어 대상 서비스 창업을 생각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은퇴자산추진본부 & 글로벌 기업 컨설팅' 업무를 보면서 '액티브 시니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평생교육사, 운동처방사, 실버건강지도사, 미용사 등 관련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에이유엠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Q. 시놀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작년 11월에 출시한 50대 이상이 가입 가능한 소셜 플랫폼입니다. 데이팅 서비스가 있고요. 최근에 모임 서비스도 출시했습니다. '신중년'이라는 단어를 많이들 쓰는데요. 그 신중년분들이 회사 은퇴 이후에도 비슷한 또래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이런 창구가 없었어요. 서비스를 만들고 이용자가 들어와서 서로 매칭이 되고 이분들의 첫 마디가 ‘이런 게 생겨서 너무 재밌다’고 하십니다.
Q. 이전에도 50대 이상의 데이팅이나 모임 서비스 수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A. 보통 지역 모임이나 학교 동창회 참석하셨죠. 네이버나 다음의 카페에 가시기도 하는데 쉽게 안착을 못하세요. 트레바리 같은 경우도 20~30대 주로 이용하고. 저도 안 가거든요. 그래서 일단 시놀은 50세로 연령 제한을 뒀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그냥 가입하시는 것 같아요.
Q. 시놀 같은 서비스가 아예 없었나요.
A. 기존에도 중년 대상으로 데이팅 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서비스가 본인 확인도 안 되고 사진 진위 여부도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편함에 시놀로 이동하는 이용자가 늘었습니다.
Q. 시놀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이전에 창업한 회사 후케어스코리아가 방문PT 서비스업체였습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방문 PT를 이용자가 갑자기 다 중지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올라가기 시작한 수요가 50대, 60대 분들이셨어요. 이분들이 백신 맞고 갑자기 건강이 좀 나빠지시기도 했는데요. 헬스장은 못 가고요. 그전에도 이 연령대는 헬스장 잘 안 가셨어요. 헬스장 가면 대부분 젊은 이용자들이고요. 그렇다고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 굳이 가시지도 않고요. PT 1대1로 서비스 수요가 갑자기 늘었어요. 제가 증권사에서 한 10년 전에 시니어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했어요. 언제 커질지 보고 있었죠.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그때 커지더라고요. 시니어 관련 사업을 시작할 타이밍이라고 느꼈죠.
Q. 후케어스코리아의 방문PT는 시니어 세대 대상 서비스인가요.
A. 아니요. 연령 상관 없이 개인 PT 서비스였어요. 제가 회사 다닐 때 밤 늦게까지 일하고 골반도 틀어지고 바쁜 여성이 많이 쓸 것 같아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Q. 방문PT 사업이 잘되지 않아 다시 창업하는 건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아요. 어르신들이 방문PT 받고나서 강사님과 수다를 떠는 걸 좋아하는 걸 알게 됐어요. 대화 상대가 필요한 거죠. 혼자 사시는 분이 많았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부부가 같이 살면서도 대화가 준 경우도 있고요. 대화 상대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죠. 시니어 시장을 보면 대부분 방문 요양이나 돌봄, 이런 복지 서비스밖에 없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에게도 물어보면 치매 걸려도 요양원이 가고 싶지 않다고 하세요. 돌봄의 대상이 되는 것을 싫어하시죠. 주체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으세요. 그래서 이런 시니어 세대의 욕구를 보고 시놀 창업을 생각했어요. 건전하게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채널이 없었거든요. Q. 가입자 수가 궁금합니다.
A. 지금 회원 수는 1만1000명 정도 됩니다.
Q. 다운로드 수는 더 많다고 들었습니다.
A. 서비스 초반에는 본인 인증이 지금보다 더 복잡했습니다. 통신사 인증도 해야 하고요. 50대 이상은 앱 가입을 어려워 하시더라고요. 앱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끝내 가입을 못한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가입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자기 사진을 올리고 이용자 바로 셀카를 찍게 하면 저희가 AI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처음에는 인증 관련 서류도 받고 그랬는데 다운로드 수 대비 가입률이 1% 정도 였어요. 사진 인증 방식으로 바꾸니까 가입률이 60% 정도 올라갔어요.
Q. 사진만으로 본인 인증이 되나요.
A. 올린 사진과 셀카 사진을 비교해서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통신사 인증은 스마트폰이 다른 가족 명의로 돼 있다면 본인 인증이 안 되는 거죠.
Q. 사진으로 나이 인증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A. 맞아요. 이용자가 대부분 나이와 이름을 사실대로 씁니다. 그리고 이름과 나이는 가입할 때 쓴 내용이 수정이 안 됩니다.
Q. 이용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증입니다.
A. 네 맞아요. 다만 모든 데이팅 앱이 그렇지만 허위로 해야겠다고, 사기치려고 마음 먹고 들어온 사람들은 막지 못해요. 허위 사실을 쓰지 말고 사실만 쓰라고 주의 문구가 계속 나와요. 저희가 결혼 정보 회사처럼 기본 개인증명서, 결혼증명서 등을 받을 수도 없고요.
Q. 일명 로맨스 스캠이라든지 유부남이나 유부녀의 부적절한 만남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A. 50대 이상 이용자는 대부분 정직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가입을 하려면 네 가지 항목을 적어야 합니다. 결혼 상태도 공개해야 합니다. 결혼 상태가 아니면 사별, 이혼, 비혼을 선택하세요. 결혼 유무에서 기타라고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용자는 아무리 여성 이용자에 편지(메시지 기능)를 보내도 여성 이용자는 수락하지 않아요. 괜히 얽히기 싫은 거죠.
Q. 나머지 추가 정보 항목은 무엇인가요.
A. 종교, 음주량, 직업(회사원, 자영업, 사업가, 주부, 전문직 등)입니다.
Q. 그래도 상대방을 속인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A. 보통 채팅을 며칠 동안 합니다. 서로 인생 얘기도 하고요. 만약 거짓말하는 것이 있다면, 가령 스마트폰 번호를 다르게 알려준다면 저희가 최초 가입 정보가 아니라고 알려줍니다.
Q. 마케팅은 어떻게 했나요.
A. 마케팅 비용은 거의 없고 제가 그냥 몸으로 뛰는 마케팅 활동을 했어요. 서울 등산로는 거의 다 가본 것 같고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이면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시는 분까지 다 만날 수 있거든요. 등산로 입구에서 테이블을 놓고 돌림판 게임을 제공했어요. 경품으로 등산 방석을 드렸어요. 방석에 시놀에 대한 설명이 있고요. 앱 출시 후 작년 11월부터 올해 여름 전까지 일요일에 등산로에 나갔어요. 일요일 오전에 등산하시는 분은 교회를 안 다닌다는 거잖아요. 대부분 1인 가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성분은 등산로에서 마케팅 효과가 떨어져요, 보통 여성들은 지인들과 함께 등산을 오거든요. 혼자 오시는 분이 별로 없어요.
Q. 이렇게 하면 가입을 정말 많이 하나요.
A. 제가 앱 설치부터 가입까지 직접 해드려요. 3시간이면 20~30명 정도 가입합니다.
Q. 여성 소비자 대상 마케팅 활동이 따로 있나요.
A. 찜질방과 목욕탕에 갔어요. 월요일이나 화요일 오전에 갔습니다. 주말 내내 힘들었던 것을 풀려는 여성분들이 보통 이때 오전에 오거든요.
Q. 여성과 남성 가입자 비중이 궁금합니다.
A. 여성이 전체에서 20% 정도 됩니다. 보통 젊은 이용자 대상 데이팅 앱에서 남녀 비율은 98대2 정도입니다. 그래서 여성은 모든 기능이 대부분 무료죠.
Q. 여성과 남성 이용자 특성도 다른가요.
A. 남성 이용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본인 사진이나 본인 명함 올리시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은 일단 재혼 목적이 많죠. 가볍게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분류는 거의 없었어요.
Q. 다른 데이팅 앱보다 여성 비중이 큰 비결을 알려주세요.
A. 저희는 온라인 홍보는 여자 대상만 합니다. 앱의 안심 기능도 주로 여성이 대상입니다. 여성이 안심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도입했어요. 이런 것을 주로 알렸어요. 온라인 홍보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활용했는데 여기는 남성 이용자가 많았어요. 알아봤는데 그 연령대의 여성은 카카오스토리를 많이 쓰더라고요. 50대는 인스타그램도 선호하고요.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서 홍보 활동을 했어요. Q. 홍보와 마케팅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A. 관련 아이디어는 직원과 논의하면서 나왔어요. 10명도 가입을 안 할 때 도대체 여성분들은 다 어디 가 있냐 하고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목욕탕에 갔는데 목욕탕에 바글바글할 겁니다.
Q. MAU(월간 활성 이용자)나 유료 결제 규모도 공유 가능할까요.
A. 유료 이용자는 초기부터 나왔어요. 결제를 안 해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결제부터 하시더라고요. 최근 한 달 동안 600명이 넘는 이용자가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했어요. 월간 유료 서비스 이용료는 2만5000원입니다.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한 달 동안 무제한으로 상대방과 채팅할 수 있어요. 하루에 4명의 상대를 소개받습니다.
Q. 다른 수익 모델이 있나요.
A. 모임 서비스도 수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시니어 대상 다양한 액티비티 활동이나 커머스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데이팅 앱에서 소셜 앱으로 확장하려고 하거든요. 이용자가 1대1로 사람을 만날 수 있고요. 그룹으로 만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Q. 모임 기능 추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누구나 모임을 만들 수가 있고요. 모임장이 되면 오프라인 일정을 열 수 있어요. 서울 둘레길 가기 모임을 만들 수 있는 거죠. 회비가 1만원으로 설정해서 방장이 회비를 받게 하고 저희는 수수료 10% 정도 받을 예정입니다. 지금은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모임장이 되게 하는 요인이 이런 수익 모델입니다. 어르신들도 소소한 부수입을 원하거든요.
Q. 모임장이 회비에서 가져가는 비용도 정해져 있나요.
A. 아니요.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모임장이 회비를 2만원으로 설정해서 알뜰살뜰하게 써서 많이 챙길 수도 있어요.
Q. 지금 모임 서비스는 어떤가요.
A. 지금까지 60개 정도 만들어졌어요.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좀 신기하긴 합니다. 카테고리별로 모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모임장들을 찾고 있어요. 예를 들면 서울 마포구에 있는 탁구장을 운영하시는 분한테 시놀 모임 서비스에 탁구 모임을 만들라고 요청하는 거죠. 모임원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고요.
Q. 모임 서비스에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A. 노후에 취미와 여가 생활을 같이 하실 분을 찾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있어요. 일단 어르신은 소속돼 있는 곳이 대부분 없어요. 그런데 소속감을 찾고 하시더라고요. 두 번째는 모임장이 되면 소득이 생겨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약간 씩 벌 수 있죠. 그리고 앉아서 뭘 만들거나 공부하는 것보다는 밖으로 나가시는 걸 다 선호하세요. 외부 활동하면 자연적으로 신체 활동도 되고 건강해지잖아요.
Q. 모임장에게 수수료 주는 것이 안 좋게 변질할 수 있지 않을까요.
A. 일단 모임이 많이 생성돼야 해요. 그러려면 유인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한데 그게 돈이죠. 이걸로 돈도 벌 수 있다. 내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고 그냥 시간만 축내는 게 아니라 돈도 벌 수 있다면 그 포인트로 많이 들어오세요. 모임장 수수료를 많이 챙기려고 하면 모임 회원이 안 생기겠죠.
Q. 다른 수익 모델도 있나요.
A. 1인 가구 이용자가 많습니다. 대부분 밥은 햇반을 드세요. 어르신은 향수에도 관심이 많아요. 체취에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관련 제품도 판매하거나 광고할 수 있고요. 50~70대 대상 앱이 많지 않아서 벌써 광고 문의가 들어와요. Q. 시놀에 추가 기능도 나올까요.
A. 영상 채팅에서 20살 정도 어리게 얼굴을 바꿔주는 기능을 하고 싶어요. 서로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대화하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 나중에 하려고요.
Q.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앞으로 투자를 잘 받으면 오프라인 거점인 '시놀 살롱'을 열고 싶어요. 시니어 문화센터인데요. 어르신이 갈 곳이 많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지하철 타고 종로(탑골 공원)까지 오시거든요. 공항 라운지처럼 무제한으로 커피 마시고 각종 수업도 듣고 그런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복지관이 있긴 하지만 복지관에 가기 싫어하시는 분도 많아요. 돈 많은 어르신도 꽤 있지만. 이 분들도 70세가 넘어가면 호텔에서도 환영받지 못해요.
Q. 회사 목표가 있나요.
A.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은 아니에요. 시니어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체인지하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