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 7년 만에 설탕 수출 금지 추진…식량난 심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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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설탕 수출국인 인도가 설탕 수출 금지에 나선다. 올해 가뭄으로 인해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조치다. 평년보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인도의 소비자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인도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설탕의 원재료인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따른 조치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7년 만이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설탕 수출량을 통제해왔다. 연 1000만t에 달하던 수출량을 800만t으로 축소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아예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브라질, 태국과 함께 세계 3대 설탕 수출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가 설탕 수출 금지에 나선 배경엔 이상기후가 있다. 설탕 원재료인 사탕수수 주요 산지에서 가뭄이 길어졌다. 인도 설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와 남부 카르나타가주의 강수량은 평년보다 50% 적었다.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올해 10월부터 1년간 설탕 총생산량은 전년(3280만t) 대비 3.3% 감소한 3170만t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한 탓에 인도 내 설탕 가격은 지난달 2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원재료인 설탕 가격이 치솟자 식료품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44% 상승했다. 이 중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작년보다 11.5% 올랐다.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물가가 치솟자 인도 정부는 이달 초 제분소에서 20만t 규모의 설탕을 시장에 추가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달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9일에는 양파 수출에 40%의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부터는 바스마티 백미를 제외한 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의 잇따른 수출 규제 때문에 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설탕 가격은 1년 새 36%가량 치솟았다. 미국 ICE거래소에서 지난해 8월 파운드당 17센트였던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23.8센트까지 상승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국제 설탕 가격 지수는 지난달 146.3까지 치솟은 바 있다. 201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식물성기름(129.8), 곡물(125.9), 육류(117.8), 등 다른 농산물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크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추진하는 바이오 연료 사업 때문에 설탕 가격이 고공 행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정부는 올해 5000만t에 달하는 설탕을 에탄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까지 연 600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 연료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처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인도 정부는 인도 내 설탕 수요를 충족시키고 남는 사탕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수출할 설탕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