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과 잠정 합의했다.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임금협약을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가 대표로 나서 협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해 미국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도 ‘노조 리스크’가 드리우는 모양새다.

UAW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 1100명의 임금을 25% 인상하는 방안을 사측과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까지의 인상 소급분으로 1인당 3000~700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안도 포함됐다.

UAW는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시간당 임금이 최저 16.5달러에서 20.6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시 에이어스 UAW 지역교섭단 의장은 “이번 임시 인상은 공정하고 포괄적인 계약을 향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종 타결 여부는 27일 확정될 전망이다.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들은 작년 말 노조 설립을 결의하고 UAW에 가입했다. UAW는 미국 전역에서 새로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공장 노조를 포섭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를 불리지 않으면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자동차 조립공장의 근로자가 받는 것보다 더 적은 급여를 주려는 전기차 업체에 수십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해왔다. 블룸버그는 "노조와 정치적 리스크 등이 미국 전기차 확산의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UAW는 강성 노조로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인 포드·GM·스텔란티스와 4년 만에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UAW는 임금 46% 인상,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퇴직 수당 인상 등을 요구해왔다. 완성차 공장 대비 임금이 낮은 배터리 합작공장 근로자에게도 동일 임금을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사측이 난색을 나타내자 파업 준비에도 들어갔다. 지난 주말부터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컨설팅회사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동시다발적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포드·GM·스텔란티스가 열흘간 총 9억8900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와중에 얼티엄셀즈가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UAW와 대폭 임금 인상에 합의하자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지었거나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만 10여 곳”이라며 “향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