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가 지난 25일 강남구 페이퍼코리아 서울사무소에서 자사 크라프트지로 만든 쇼핑백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가 지난 25일 강남구 페이퍼코리아 서울사무소에서 자사 크라프트지로 만든 쇼핑백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3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습니다. 추진 중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까지 마치면 회사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하게 됩니다.”

권육상 페이퍼코리아 대표는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회사의 체질 개선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고 강조했다. 페이퍼코리아는 국내 최초 제지기업으로 관련 산업의 역사를 써왔다. 1944년 전북 군산에서 북선제지로 출발해 2003년부터 현재 사명을 쓰고 있다. 신문 용지 제조로 2000년대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오랜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길을 걸었다. 제지업 전반이 위축되면서 침체기를 맞았고 2017년엔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기업구조조정 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거쳐 2018년 권 대표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권 대표 취임 이후 ‘크라프트지’를 원동력 삼아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크라프트지라는 새 영토를 개척하면서 연 매출 4000억원대를 안정적으로 기록한 것. 올해 제지업계 전반적으로 불황의 늪을 피하지 못한 가운데 페이퍼코리아는 상반기 매출 2072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 34% 증가한 수치다.

폐지로 쇼핑백…'제지 2막' 연다
페이퍼코리아는 크라프트지 제조 분야에서 60% 이상 점유율로 국내 1위다. 포장용지로 불리는 크라프트지는 백화점 쇼핑백부터 쌀 포대 그리고 인쇄회로기판(PCB)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면서 산업과 생활에서 톡톡한 감초 역할을 한다. 현대·신세계백화점과 나이키 등이 주요 고객이다.

크라프트지 제조에서 처음부터 꽃길을 걸은 건 아니다. 권 대표는 “막상 만들었는데 불량률이 높고 품질이 좋지 않았다”며 “2019년까지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고, 공정 과정에서 세밀한 균형을 맞춰 결국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퍼코리아의 크라프트지는 종이 자원(폐지)을 활용했음에도 품질은 100% 펄프로 제조하는 크라프트지에 버금간다. 권 대표는 “버려진 종이를 해리(종이를 물에 풀어내는 과정)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전 세계에서 저렴하게 가져온 종이 자원을 활용해 튼튼한 크라프트지로 재탄생시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합리적인 데다 고품질인 덕분에 중국,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장기신용은행(현 국민은행) 출신인 권 대표는 은행맨으로 활동하다가 2014년 세하(현 한국제지)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하면서 제지업과 인연을 맺었다. 세하를 흑자 전환한 뒤 페이퍼코리아 지휘봉을 잡은 권 대표는 또 한 번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페이퍼코리아는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총 3224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영업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700%에 달하는 부채 비율이 발목을 잡아 이자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권 대표는 “실적 개선에 근거해 최대주주인 유암코가 영구전환사채를 전액 인수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에도 100%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러면 지난해 말 기준 700%가 넘은 부채비율도 올해 말 90%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