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의 부활…21세기형 돛으로 탄소배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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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대형 선박에 풍력 보조 추진 장치를 달고 있다. 해외에서는 날개형 돛을 장착한 화물선이 시험 항해를 시작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기업들은 원통형 돛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범선이 돌아왔다. 해운 기업들이 친환경 선박을 위한 보조 추진 장치로 돛을 선택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해운업계가 해양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적 동력원인 풍력에너지 활용에 나선 것이다. 메탄올,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개발해 적용하기 전에 추진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을 줄일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던 배에 바람의 힘을 더해 장거리 항해를 가능하게 했던 돛은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선이 등장한 후 대형 선박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람 대신 화석연료를 이용해 항해하던 선박들이 지나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하자, 다시 돛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산업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10억 톤 이상으로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3%에 달한다. 국가별 연간 탄소배출량 순위와 비교해보면 6위 독일과 7위 한국의 배출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그럼에도 해상 물동량 증가로 해운산업의 탄소배출은 줄지 않고 있다.
2024년부터 해운업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도(ETS)의 적용을 받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에서 205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목표였던 온실가스배출량 50% 감축에서 100% 감축으로 목표를 상향했다.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 감축 등 중간 목표도 구체화했다. 탄소세 적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 부활한 범선은 금속 돛을 달고 있다. 바람으로부터 선박의 추진력을 얻는 21세기형 돛을 장착하면 화석연료 사용이 10~51%가량 줄어든다. 이러한 풍력 보조 추진 장치로는 윙 세일(Wing Sail), 로터 세일(Rotor Sail), 카이트(Kite) 등이 있다.
윙 세일은 일반 돛 형태를 띤다. 날개에 위아래 압력 차이에 의해 양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해 날개를 수직으로 세워 앞뒤로 추진력을 만든다. 로터 세일은 원기둥의 구조물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활용한다. 원통 장치가 회전하면 기압차가 발생해 직각 방향으로 추진력이 생긴다. 카이트는 연과 같은 형태로 패러글라이딩의 작동 원리를 응용한다. 선박에 설치하는 고정 구조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윙 세일은 로터 세일에 비해 큰 규모로 설치할 수 있으며, 로터 세일은 규모 대비 추력 생성량이 큰 것이 장점이다.
카길, 중국-브라질 장거리 항해 도전
세계적 곡물 기업 카길(Cargill)은 미쓰비시 상사 소유의 ‘픽시스 오션(Pyxis Ocean)’이라는 화물선(벌크선)에 거대한 날개 돛을 달아 바다에 띄웠다. 배수량 8만 톤이 넘는 선박의 갑판에 풍력발전기와 같은 소재로 만든 37.5m 높이의 ‘윈드윙(WindWing)’ 2개를 세웠다. 윈드윙은 영국의 바(BAR)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하고 노르웨이의 야라마린 테크놀로지스가 제작했다. 접이식 구조로, 정박 중에는 접었다가 항해할 때 펼쳐 선박의 추진을 보조한다. 야라마린 테크놀로지스는 윈드윙이 평균 최대 30%의 연료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돛을 달고 첫 장거리 항해를 시작한 픽시스 오션은 상하이에서 싱가포르까지 성공적으로 운항했으며, 덴마크에서 브라질까지 시험 운항 중이다. 픽시스 오션이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약 6주가 소요된다. 카길에 따르면, 평균 국제해운 노선을 항해할 때 윈드윙 1개당 하루 1.5톤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하루에 선박 1톤당 78만원의 중유값이 절약된다. 카길은 윈드윙을 장착한 선박을 1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웨덴의 선박 설계 회사 발레니우스(Wallenius)는 합작회사 ‘오션버드(Oceanbird)’를 설립해 2024년 첫 항해를 목표로 자동차 운반선(로로선)에 윙세일을 장착하고 있다. 해당 윙 세일은 높이 40m, 폭 14m, 무게 150톤의 대형 돛이다. 오션버드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운반선에 윙 세일 1개를 장착할 경우 주엔진 연료 소비량의 7~10% 감축이 가능하다. 오션버드는 2027년까지 6개의 윙 세일을 장착한 자동차 운반선 ‘오르셀 윈드(Orcelle Wind)’를 새로 건조할 계획이다. 오션버드는 오르셀 윈드가 이론적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국내 최초로 윙 세일이 적용된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섰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5월 프랑스 선사인 제피르&보레(Zéphyr & Borée)로부터 13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 선박 비용은 한 척당 6220만 달러로 전통적 연료 추진 방식의 동급 선박 비용의 2배 이상이다. 이번 컨테이너선은 풍력 추진 보조 기술과 메탄올 추진 방식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을 건조한 바 있다.
한편, 유조선 98척을 보유한 오드펠(Odfjell)은 2024년까지 자사 유조선에 흡입 돛이라 불리는 기술이 적용된 ‘이세일(eSAIL)’을 설치할 예정이다.
로터 세일 기술 자체 개발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선박을 위한 풍력 보조 추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자체 개발한 로터 세일의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로터 세일은 선박 탑재 시 6~8%의 연료 절감 및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로터(Hi-Rotor)’에 대한 설계 승인(Design Approval)을 획득했다. 한국선급은 선박검사 및 품질인증을 맡고 있는 국내 유일의 국제 선박 검사 기관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는 육상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해상 실증까지 차질 없이 진행한 후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으로, 2024년 중 첫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로터는 전기모터와 로터를 연결하는 구동부에 감속기어 방식을 적용해 기존 상용 제품의 벨트 방식 대비 구동 시스템의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HD현대중공업은 선형마다 적합한 장치를 적용하기 위해 로터 세일뿐 아니라 윙 세일 제품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한국선급에서 하이로터에 대한 기본 인증(Approval In Principle, AIP)을 획득했으며, 윙 세일 풍력 보조 추진 장치도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DNV)의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기본 인증은 선박 기본설계의 기술적 적합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HD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 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윙 세일은 접이식 모델로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선급의 설계 인증을 진행 중이다”라며 “2024년 육상 실증, 2025년 해상 실증을 통한 성능 검증을 계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로터 세일의 접이식 모델 개발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선급으로부터 설계 인증을 획득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부터 로터 세일 시스템 자체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2021년 DNV로부터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로터 세일 시제품 개발과 제작을 완료했고, 현재 실선 적용을 위해 준비 중이다. 세계 최초의 로터 세일 실증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 3월 착공했으며, 2026년 완공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실증센터를 통해 로터 세일 조립과 육상 테스트가 가능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전시회 참여, 선주 대면 미팅 등 다양한 형태로 로터 세일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주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국책과제와 연계해 윙 세일도 개발 중이며, 카이트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의 로터 세일 기술을 개발했다. KRISO는 지난해 1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상용화된 로터 세일은 기계식으로 베어링이 원통을 돌려 회전하기 때문에 마찰에 의한 소음과 진동 등이 발생한다, KRISO의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로터 세일은 베어링과 로터의 비접촉 지지가 가능해 소음과 진동이 덜하며, 마찰과 마모가 거의 없어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다. 기계식에 비해 빠르게 로터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KRISO는 연안 선박 실증 플랫폼을 제작해 2025년까지 실증을 진행하고, 국제 표준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뷰] 송강현 한국선급(KR) 친환경선박해양연구소장
“탈탄소에 풍력 추진 기술 각광” - 풍력 추진 기술이 향후 선박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난 7월 IMO가 MEPC 80차에서 2050년까지 해운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채택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는 LNG, 메탄올, 바이오디젤, 암모니아, 수소 등 저탄소 연료, 탄소중립 연료,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료는 현재 기존 화석연료 대비 3배 이상 고가이기에 선사로서는 선박의 추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새로운 에너지절감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풍력 추진은 효율을 7%가량 올릴 수 있고, 저속 선박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큰 효율 향상이 있다고 알려진 매우 각광받는 기술이다. 현재 풍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 후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선박 연료유를 생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지만 풍력을 직접 추진에 이용하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효율적인 추진 방식이다. 따라서 점차 많은 선박이 풍력 추진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또 다른 친환경 선박을 위한 기술은?
“풍력 추진 외에도 공기 윤활장치, 축발전기, 폐열 회수 장치 등 다양한 에너지절감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특히 배기가스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선상에 액화·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상 탄소포집 장치(Onboard Carbon Capture System)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개발돼 현재 선박에 실증을 진행하는 단계다. 또 추진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 추진 방식도 고려되고 있으며,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대형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 연료 현황은?
“현재 IMO에서는 연료 생산과정에서 선박이 배출하기까지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선박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체 연료 생산 방식은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폐식용유, 식물 열매 껍질, 음식 폐기물 등 식량으로 사용되지 않는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하는 바이오연료고, 두 번째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생산되는 그린 연료다. 세 번째는 기존 화석연료에서 탄소를 포집해 생산하는 블루 연료이며, 이때 포집된 탄소는 지중에 저장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도록 한다. 대체 연료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매우 고가지만, 현재 국내외 에너지 회사에서 대량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 중이다. 향후 가격이 안정되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는 2040년 정도면 강화되는 환경규제 흐름과 함께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 충분히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적으로는 메탄올 엔진은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엔진의 경우 국내는 HD현대중공업, STX엔진이 개발 중이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엔진 제조사에서 개발 중이며, 2025년까지 상용화될 예정이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
사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던 배에 바람의 힘을 더해 장거리 항해를 가능하게 했던 돛은 증기기관을 활용한 기선이 등장한 후 대형 선박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바람 대신 화석연료를 이용해 항해하던 선박들이 지나치게 많은 탄소를 배출하자, 다시 돛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해운산업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10억 톤 이상으로 세계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3%에 달한다. 국가별 연간 탄소배출량 순위와 비교해보면 6위 독일과 7위 한국의 배출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그럼에도 해상 물동량 증가로 해운산업의 탄소배출은 줄지 않고 있다.
2024년부터 해운업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도(ETS)의 적용을 받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에서 205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목표였던 온실가스배출량 50% 감축에서 100% 감축으로 목표를 상향했다.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 감축 등 중간 목표도 구체화했다. 탄소세 적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 부활한 범선은 금속 돛을 달고 있다. 바람으로부터 선박의 추진력을 얻는 21세기형 돛을 장착하면 화석연료 사용이 10~51%가량 줄어든다. 이러한 풍력 보조 추진 장치로는 윙 세일(Wing Sail), 로터 세일(Rotor Sail), 카이트(Kite) 등이 있다.
윙 세일은 일반 돛 형태를 띤다. 날개에 위아래 압력 차이에 의해 양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해 날개를 수직으로 세워 앞뒤로 추진력을 만든다. 로터 세일은 원기둥의 구조물로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활용한다. 원통 장치가 회전하면 기압차가 발생해 직각 방향으로 추진력이 생긴다. 카이트는 연과 같은 형태로 패러글라이딩의 작동 원리를 응용한다. 선박에 설치하는 고정 구조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 윙 세일은 로터 세일에 비해 큰 규모로 설치할 수 있으며, 로터 세일은 규모 대비 추력 생성량이 큰 것이 장점이다.
카길, 중국-브라질 장거리 항해 도전
세계적 곡물 기업 카길(Cargill)은 미쓰비시 상사 소유의 ‘픽시스 오션(Pyxis Ocean)’이라는 화물선(벌크선)에 거대한 날개 돛을 달아 바다에 띄웠다. 배수량 8만 톤이 넘는 선박의 갑판에 풍력발전기와 같은 소재로 만든 37.5m 높이의 ‘윈드윙(WindWing)’ 2개를 세웠다. 윈드윙은 영국의 바(BAR)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하고 노르웨이의 야라마린 테크놀로지스가 제작했다. 접이식 구조로, 정박 중에는 접었다가 항해할 때 펼쳐 선박의 추진을 보조한다. 야라마린 테크놀로지스는 윈드윙이 평균 최대 30%의 연료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돛을 달고 첫 장거리 항해를 시작한 픽시스 오션은 상하이에서 싱가포르까지 성공적으로 운항했으며, 덴마크에서 브라질까지 시험 운항 중이다. 픽시스 오션이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도달하기까지는 약 6주가 소요된다. 카길에 따르면, 평균 국제해운 노선을 항해할 때 윈드윙 1개당 하루 1.5톤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하루에 선박 1톤당 78만원의 중유값이 절약된다. 카길은 윈드윙을 장착한 선박을 1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웨덴의 선박 설계 회사 발레니우스(Wallenius)는 합작회사 ‘오션버드(Oceanbird)’를 설립해 2024년 첫 항해를 목표로 자동차 운반선(로로선)에 윙세일을 장착하고 있다. 해당 윙 세일은 높이 40m, 폭 14m, 무게 150톤의 대형 돛이다. 오션버드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운반선에 윙 세일 1개를 장착할 경우 주엔진 연료 소비량의 7~10% 감축이 가능하다. 오션버드는 2027년까지 6개의 윙 세일을 장착한 자동차 운반선 ‘오르셀 윈드(Orcelle Wind)’를 새로 건조할 계획이다. 오션버드는 오르셀 윈드가 이론적으로 온실가스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국내 최초로 윙 세일이 적용된 컨테이너선 건조에 나섰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5월 프랑스 선사인 제피르&보레(Zéphyr & Borée)로부터 13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 선박 비용은 한 척당 6220만 달러로 전통적 연료 추진 방식의 동급 선박 비용의 2배 이상이다. 이번 컨테이너선은 풍력 추진 보조 기술과 메탄올 추진 방식으로 건조될 예정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을 건조한 바 있다.
한편, 유조선 98척을 보유한 오드펠(Odfjell)은 2024년까지 자사 유조선에 흡입 돛이라 불리는 기술이 적용된 ‘이세일(eSAIL)’을 설치할 예정이다.
로터 세일 기술 자체 개발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선박을 위한 풍력 보조 추진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자체 개발한 로터 세일의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로터 세일은 선박 탑재 시 6~8%의 연료 절감 및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로터(Hi-Rotor)’에 대한 설계 승인(Design Approval)을 획득했다. 한국선급은 선박검사 및 품질인증을 맡고 있는 국내 유일의 국제 선박 검사 기관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는 육상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해상 실증까지 차질 없이 진행한 후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으로, 2024년 중 첫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하이로터는 전기모터와 로터를 연결하는 구동부에 감속기어 방식을 적용해 기존 상용 제품의 벨트 방식 대비 구동 시스템의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HD현대중공업은 선형마다 적합한 장치를 적용하기 위해 로터 세일뿐 아니라 윙 세일 제품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한국선급에서 하이로터에 대한 기본 인증(Approval In Principle, AIP)을 획득했으며, 윙 세일 풍력 보조 추진 장치도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DNV)의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기본 인증은 선박 기본설계의 기술적 적합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HD현대중공업의 중간지주 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윙 세일은 접이식 모델로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선급의 설계 인증을 진행 중이다”라며 “2024년 육상 실증, 2025년 해상 실증을 통한 성능 검증을 계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로터 세일의 접이식 모델 개발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선급으로부터 설계 인증을 획득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부터 로터 세일 시스템 자체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2021년 DNV로부터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로터 세일 시제품 개발과 제작을 완료했고, 현재 실선 적용을 위해 준비 중이다. 세계 최초의 로터 세일 실증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 3월 착공했으며, 2026년 완공 예정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실증센터를 통해 로터 세일 조립과 육상 테스트가 가능하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전시회 참여, 선주 대면 미팅 등 다양한 형태로 로터 세일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주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국책과제와 연계해 윙 세일도 개발 중이며, 카이트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의 로터 세일 기술을 개발했다. KRISO는 지난해 1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현재 상용화된 로터 세일은 기계식으로 베어링이 원통을 돌려 회전하기 때문에 마찰에 의한 소음과 진동 등이 발생한다, KRISO의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 로터 세일은 베어링과 로터의 비접촉 지지가 가능해 소음과 진동이 덜하며, 마찰과 마모가 거의 없어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다. 기계식에 비해 빠르게 로터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KRISO는 연안 선박 실증 플랫폼을 제작해 2025년까지 실증을 진행하고, 국제 표준화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뷰] 송강현 한국선급(KR) 친환경선박해양연구소장
“탈탄소에 풍력 추진 기술 각광” - 풍력 추진 기술이 향후 선박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난 7월 IMO가 MEPC 80차에서 2050년까지 해운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로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채택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는 LNG, 메탄올, 바이오디젤, 암모니아, 수소 등 저탄소 연료, 탄소중립 연료,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료는 현재 기존 화석연료 대비 3배 이상 고가이기에 선사로서는 선박의 추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새로운 에너지절감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풍력 추진은 효율을 7%가량 올릴 수 있고, 저속 선박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큰 효율 향상이 있다고 알려진 매우 각광받는 기술이다. 현재 풍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한 후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선박 연료유를 생산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많은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지만 풍력을 직접 추진에 이용하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매우 효율적인 추진 방식이다. 따라서 점차 많은 선박이 풍력 추진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또 다른 친환경 선박을 위한 기술은?
“풍력 추진 외에도 공기 윤활장치, 축발전기, 폐열 회수 장치 등 다양한 에너지절감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특히 배기가스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선상에 액화·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선상 탄소포집 장치(Onboard Carbon Capture System)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개발돼 현재 선박에 실증을 진행하는 단계다. 또 추진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연료전지를 이용한 전기 추진 방식도 고려되고 있으며,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대형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 탄소중립을 위한 대체 연료 현황은?
“현재 IMO에서는 연료 생산과정에서 선박이 배출하기까지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따라서 선박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체 연료 생산 방식은 대략 3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폐식용유, 식물 열매 껍질, 음식 폐기물 등 식량으로 사용되지 않는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하는 바이오연료고, 두 번째는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생산되는 그린 연료다. 세 번째는 기존 화석연료에서 탄소를 포집해 생산하는 블루 연료이며, 이때 포집된 탄소는 지중에 저장해 공기 중으로 배출하지 않도록 한다. 대체 연료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매우 고가지만, 현재 국내외 에너지 회사에서 대량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 중이다. 향후 가격이 안정되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는 2040년 정도면 강화되는 환경규제 흐름과 함께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 충분히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적으로는 메탄올 엔진은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암모니아 엔진의 경우 국내는 HD현대중공업, STX엔진이 개발 중이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엔진 제조사에서 개발 중이며, 2025년까지 상용화될 예정이다.”
조아영 기자 joa0@hankyung.com